이명박 전 대통령 본인에 대한 검찰 조사가 시작된 가운데 같은 날 첫 재판을 받은 ‘MB 집사’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과 관련해 검찰 수사와 재판에 최대한 협조할 뜻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14일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방조 혐의 첫 재판에서 김 전 기획관은 “지금 이 시간 (이명박) 전직 대통령 소환 얘기를 들었다”며 “철저한 수사 통해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직접 입을 열었다. 그는 또 “사건 전모가 국민들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최대한 성실하게 재판 일정에 참여하겠다”며 “내 죄에 대해 아무 변명도 하지 않고, 남은 여생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반성하며 살겠다”고 털어놓았다.
김 전 기획관은 이날 양복 차림으로 출석해 재판 내내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의 고려대 상대 선배로 이 전 대통령의 개인자산 관리와 사적인 업무는 물론, 청와대 안살림까지 총괄한 인물이다. 김 전 기획관은 지난 2008년 5월께 부하 직원을 보내 청와대 근처 주차장에서 국정원 예산 담당관으로부터 현금 2억원이 든 여행용 가방을 받게 하는 등 국정원에서 총 4억원의 불법 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김 전 기획관은 법정에서 “국민 여러분께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다”며 거듭 사죄를 표시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재판부에 김 전 기획관의 재판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가 마무리되는 시점부터 증거 제출과 증인 심문 등을 본격 진행하려는 뜻을 전달했다. 검찰 측은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한 공범에 대한 전체적인 수사가 다음달 초께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김 전 기획관이 지난 2월5일 구속기소 된 점을 감안하면 재판 일정이 너무 늘어진다며 다소 불편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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