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의 배당금 규모가 크게 늘었습니다. 지난해 증시 호황에 힘입어 높은 실적을 거둔 증권사들이 배당금을 높인 것인데요. 하지만 일부 증권사들은 실적이 개선됐음에도 과거의 적자 때문에 배당금을 0원으로 책정하기도 했습니다. 김성훈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올해 배당 계획을 내놓은 증권사의 배당금 총액이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배당 계획을 발표한 총 18개 증권사 중 미래에셋대우·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 등 13개 증권사의 배당금 총액은 1조 35억원으로 2016년도에 비해 76% 이상 증가했습니다.
배당금 규모가 가장 큰 한국투자증권은 전년도에 비해 91.5% 늘어난 2,30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NH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의 경우 배당금 총액이 1,500억원을 넘었고, 메리츠종금증권과 미래에셋대우도 1,200억원이 넘습니다.
증권사들이 이처럼 배당을 늘린 것은 지난해 증시 호황으로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크게 늘었고 ELS 등의 조기 상환이 많았던 덕분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증권사 55곳의 총 순이익은 전년도보다 79.6% 급증한 3조 8,322억원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실적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배당을 하지 못하는 증권사도 있습니다.
위의 13개 증권사를 제외한 유안타·한화·SK·유진투자증권·KTB투자증권 등 5곳은 배당금을 0원으로 책정했습니다.
벌어들인 이익을 과거에 생긴 대규모 적자를 메우는 데에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540억원의 흑자를 거뒀지만 2016년 ELS 운용 손실로 쌓인 1,600억원의 적자를 간신히 메운 수준입니다.
유안타증권의 경우 지난해 70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동양증권 시절 생긴 2,000억원이 넘는 적자 중 남았던 732억원을 털어내는 데에 사용해 배당금을 책정할 수 없었습니다.
KTB투자증권도 2013년과 2014년 2년간 1,0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내다 지난해 말부터 이익잉여금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SK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은 배당을 하기 어려운 상황은 아니지만 사업 다각화와 투자 확대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배당을 미루고 있습니다./김성훈기자 bevoice@sedaily.com
[영상편집 이한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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