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내가 하려는 것을 할 수 있을 만큼 허리가 충분히 좋은 상태까지 왔습니다.”
지난해 4월 네 번째 허리 수술을 받고 올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복귀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3·미국). 컷 통과만 해도 성공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물음표를 지우기까지는 두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네 차례 출전한 대회에서 23위-컷오프-12위-2위로 상승 곡선을 그리며 다시 우승할 수 있는 경기력과 건강함을 입증했다.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1타 차 준우승을 차지한 발스파 챔피언십에서는 한층 안정된 티샷, 미사일 같은 아이언 샷과 날카로운 쇼트게임을 보여줬다.
돌아온 우즈가 ‘우승 텃밭’에서 부활의 완성을 노린다. 우즈는 16일부터 나흘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베이힐 골프장(파72)에서 열리는 PGA 투어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총상금 890만달러)에 출전한다. 대회가 열리는 베이힐 골프장은 지난해 PGA 투어 대회가 열린 코스 중 난도 8위로 기록된 까다로운 곳이지만 우즈에게는 입맛에 가장 맞는 코스 중 하나다. 그는 이 대회에 16차례 출전해 8승을 거둬 무려 50%의 승률을 기록 중이다. 2000년부터 2003년까지 4년 연속으로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2013년 이 대회 우승을 차지한 이후로는 허리 부상 등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우즈는 14일 열린 대회 공식 기자회견에서 “(골프를 다시 칠 수 있을지 의문이던 상황에서 출발했는데) 회복 과정과 발전이 빠르게 진행됐다”면서도 “단지 8차례 우승한 곳이라는 사실이 이번주 자동적으로 우승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고 아직 회복 과정을 거치는 중”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베이힐 골프장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는 곳이지만 올해는 5년 만에 다시 찾는 만큼 코스의 느낌을 파악하는 중요한 숙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성기 못지않은 스윙에 대해서는 “처음 골프를 했을 때 아버지로부터 배운 방식으로 많은 부분 돌아갔다”고 했다. 우즈는 지난해 12월 스윙코치 크리스 코모와 결별한 뒤 “스윙 재건을 위해 감각에 의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혼자 작업하기를 원했다. 우즈는 “샷을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는 부분은 내 손이며 손을 이용해 스윙을 만들어왔다. 아버지는 ‘골프채와 직접 닿는 몸의 유일한 부분인 너의 손을 신뢰하라’고 늘 가르치셨다”고 설명했다. 2006년 타계한 아버지 얼 우즈는 우즈의 첫 스승이자 정신적 지주였다. 발스파 챔피언십에서 이번 시즌 PGA 투어 전체 최고 스윙스피드(시속 129.2마일)를 찍는 등 더 빨라진 헤드스피드의 비결을 물은 질문에는 “내가 안다면 알려주겠다”고 농담으로 받은 뒤 “스윙을 매우 강하게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게 됐는데 그게 믿을 수 없는 속도를 만들어낸다”고 답했다.
이번 대회에서 PGA 투어 개인 통산 80승에 재도전하는 우즈(세계 149위)는 1·2라운드를 6위 마쓰야마 히데키(일본), 10위 제이슨 데이(호주)와 함께 치른다. 꾸준한 플레이가 돋보이는 5위 저스틴 로즈(잉글랜드), 7위 리키 파울러(미국), 그리고 부진 탈출을 노리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도 출전한다. 한국 선수로는 배상문·강성훈·안병훈·김민휘·김시우가 이름을 올렸다. PGA 투어 홈페이지는 이날 우즈를 우승후보 1위로 올려놨다. 로즈와 데이가 각각 2·3위다. 래드브록스와 윌리엄 힐 등 스포츠 베팅업체들도 우즈의 우승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점치고 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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