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동지애를 유지하며 한국 뮤지컬 도전의 역사를 써내려 간 유준상, 왕용범이 다시 만났다. 유준상과 왕용범은 “신(神) 3부작’을 완성할 영혼의 동지”로 정의 내릴 수 있다.
뮤지컬 ‘잭더리퍼’ ‘로빈훗’ ‘프랑켄슈타인’ ‘벤허’등 다양한 작품을 함께 해온 왕용범 연출과 유준상 배우의 인연이 처음 시작된 작품은 2008년 뮤지컬 ‘삼총사’이다.
2008년 초연 당시 왕용범은 신참내기 젊은 연출자, ‘삼총사’에서 17세기 프랑스 왕실 총사 ‘아토스’ 역을 맡은 유준상은 누구나 이름만 대면 알만한 스타 배우였다. 최근 ‘삼총사’ 인터뷰 현장에서 만난 두 사람은 ‘연출님’, ‘선배님’이라는 호칭으로 부르며 서로를 그 누구보다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이처럼 다가왔다.
유준상은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내게 되는 연출님과 함께 한 젊은 날의 초상 같은 뮤지컬이다”고 지난 10년의 시간을 돌아봤다. 왕 연출은 “유준상 배우를 만나게 한 좋은 작품이다”고 화답했다.
올해 두 사람은 ‘삼총사’ 10주년 특별공연에서 다시 한번 만난다.
뮤지컬 ‘삼총사’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삼총사’를 원작으로 한 작품, 17세기 프랑스 왕실 총사가 되기를 꿈꾸는 청년 달타냥과 전설적인 총사 아토스, 포르토스, 아라미스가 루이 13세를 둘러싼 음모를 밝혀내는 과정을 담은 뮤지컬로 3월 16일부터 서울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유준상은 왕 연출의 첫 기억은 ‘뮤지컬의 1막 동선을 스스로 짜 와서 다 보여준 처음 본 연출’ 이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의심이 생겼어요. 하지만 연출님이 한 대로 움직이니, 다 맞더라구요. 제가 직접 움직여보니 딱딱 들어맞었거든요. ‘이 연출자를 믿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왕용범 연출이 하려고 했던 ‘삼총사’가 이거였구나란 걸 확실히 체감하고 이 연출자를 믿자고 동료 배우들에게 이야기 했어요.“
10주년 공연을 맞이해 “삼총사의 의리, 우정이 더 가슴 깊이 다가오고 있다”는 유준상, “장면을 보다 간결하게 정리하면서 제 분량이 줄어들었는데 아쉽다는 생각보다 ‘역시 연출님이다’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라며 “매 공연에서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왕용범 연출은 “오히려 유준상 선배님의 열정을 매번 배우고 있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체코 뮤지컬을 왕 연출이 재창작 수준으로 다듬은 창작 뮤지컬 ‘삼총사’는 당시 일본에도 진출하며 뮤지컬 한류 바람을 불러왔다. 덩달아 ‘엄유민법’ (엄기준, 유준상, 민영기, 김법래)멤버들의 인기도 뛰어올랐다.
엄기준, 유준상, 민영기, 김법래는 10년 전 뮤지컬 ‘삼총사’의 초연 당시 절묘한 연기 호흡으로 ‘엄유민법’이라는 애칭을 얻은 데 이어 작품의 역사와 함께 우정을 키워온 뮤지컬계 대표 ‘실친’으로 꼽힌다.
일본 콘서트를 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유준상은 “왕용범 연출님이 10년 전 공연장을 찾아다니며 만들어준 멤버들이다. 다시 멤버들과 함께하는데 재미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엄유민법’은 평균연령 47세라 ‘삼총사’에서 다시 못 만날 수도 있겠다”며 엄살을 떨기도.
유준상은 “엄기준은 이번 ‘삼총사’ 10주년 공연이 마지막이다고 했다. 벌써 엄기준이 40살이 넘으니 달타냥을 연기하는 게 이젠 힘들 것 같다고 하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왕용범 연출의 페르소나라고 부를만한 유준상은 ‘신(神) 3부작’을 완성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프랑켄슈타인’, ‘벤허’로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차기작 ‘단테의 신곡’으로 다시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왕 연출은 “‘프랑켄슈타인’은 ‘신이 되고자 한 남자’, ‘벤허’는 ‘신을 만난 남자’, 그리고 ‘단테의 신곡’은 ‘신을 죽여야 하는 남자’의 얘기다. 이미 유준상 배우에게 ‘단테의 신곡’ 출연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에 유준상은 신뢰감 가득한 눈빛으로 왕 연출을 바라봤다. ‘영혼의 동지’만이 보낼 수 있는 믿음과 존경이었다.
천재 연출가와 팔색조 배우의 인연은 무대가 사라지지 않는 한 영원히 계속 될 듯 하다.
한편, 신성우, 유준상, 엄기준, 손호영, 조순창, 홍경수, 김보강, 서은광 등 완벽 신구 조합 캐스팅 라인업을 완성한 10주년 뮤지컬 ‘삼총사’는 오는 3월 16일 한전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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