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올해 금리 인상 횟수를 3차례로 유지했지만 금융시장은 연준이 총 4차례까지 금리를 올리기 위한 공격적 행보에 길을 닦았다는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연준은 내년 금리 인상 횟수도 기존 2차례에서 3차례로 늘려 잡으며 점차 ‘매파’ 본색을 드러내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졌다. 연준이 오는 2020년까지 공격적인 긴축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여전히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선진 각국이 받는 출구압박은 한층 커지게 됐다. 다만 연준의 키를 잡은 제롬 파월 의장이 첫 데뷔전에서 시장친화적 면모를 보이며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보호무역정책을 ‘뚜렷한 리스크’로 꼽으면서 긴축 속도를 조절해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 연준의 금리 인상은 이미 시장에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던 만큼 관심은 향후 금리 인상 횟수를 연준 위원들이 전망하는 점도표에 쏠렸다. 직전 점도표가 발표된 지난해 12월과 마찬가지로 올해 3차례 금리 인상 전망이 지속됐지만 내용은 사뭇 달랐다. 위원 15명 중 과거 3차례 인상을 전망했던 3명이 4차례 이상 인상에 가세하며 절반에 가까운 7명이 올해 4차례의 금리 인상을 기대한 것이다.
반면 세 달 전에 3차례 인상을 지지했던 위원 수는 12명에서 8명으로 줄었다. 재닛 옐런 연준 전 의장이 빠지며 3차례 인상 그룹의 빈자리가 커진 것이다. 미 경제전문매체인 CNBC는 “한 명 이상의 위원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했다면 점도표는 ‘4회 인상’으로 올라갔을 것”이라며 향후 금리 인상 경로가 공격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월가에서는 지난해 말 대규모 감세안이 의회를 통과한 후 실업률이 완전고용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다 미국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소비가 호조세를 이어가고 기업 투자까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연준이 이날 FOMC에서 당장 금리 인상 횟수를 4차례로 올릴 가능성도 거론됐다. 이 때문에 금리 인상 전망이 3차례로 유지되자 시장은 연준이 일단은 ‘덜 매파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하며 안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통화 정책에 민감한 2년물 미 국채 금리는 이날 2.366%까지 반짝 올랐다가 2.308%로 떨어졌으며 유로·엔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지수도 0.8%가량 하락한 89.68을 기록했다. 일부에서는 첫 FOMC를 주재한 파월 의장이 통화 이론보다는 시장 상황에 관심을 더 두면서 균형을 잡으려 한 노력의 결과로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 호조 속에 연준의 올 금리 인상 횟수가 4차례로 확실시되는 신호가 나오는 순간 채권과 주식시장 등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연준이 올해 긴축 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커진데다 내년 금리 인상 전망마저 2차례에서 3차례로 가파르게 제시하면서 글로벌 긴축이 본격화할 가능성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당장 중국 인민은행은 22일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응해 단기 금리인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 7일물 입찰금리를 2.55%로 0.05%포인트 인상했다. 로이터통신은 인민은행이 사실상 정책금리인 역RP를 소폭 올린 데 대해 “이날 역RP 금리 인상은 예상됐던 것이지만 이강 인민은행 총재 취임 이후 첫 정책 결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EU와 일본은 미국만큼 성장세가 강하지 않아 연내 금리 인상에 나서기는 어렵지만 진행 중인 양적완화를 연장하기는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오는 9월까지 완화정책을 지속할 계획이지만 최근 통화정책 정상화를 모색하기 시작했고 일본은행(BOJ)도 엔화 강세 우려에 양적완화를 중단하지 않겠다는 방침이 미국의 긴축 행보로 인해 조정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트럼프 정부가 높이고 있는 보호무역 장벽이 통상전쟁으로 비화할 우려가 세계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대두돼 연준 등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속도를 조절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파월 의장은 이날 무역전쟁에 대해 “지금까지는 낮은 단계였는데 점점 뚜렷한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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