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16년 4·13총선을 앞두고 자신과 불화를 겪던 유승민(사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당시 새누리당 의원)를 떨어뜨리고 친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연설문까지 보내줬다는 증언이 나왔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공천개입’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서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증인으로 나와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연설문을 흔들며 ‘이거 봐라, 할매(박 전 대통령)가 직접 보냈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신 전 비서관은 총선 당시 현 전 수석 밑에서 근무하며 공천개입 활동 실무을 담당한 인물이다.
신 전 비서관은 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유 대표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에 친박 대항마를 내세우라며 지시했음을 인정했다. 신 전 비서관에 따르면 당시 정무수석실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을 내세운 뒤 여론조사를 진행했으나 이 후보의 지지율은 오르지 않았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현 전 수석에게 전화해 “이재만 후보가 연설을 잘 못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과 통화한 뒤 “대통령이 계속 채근해서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후 이 후보가 사용할 연설문을 친전 형태로 현 전 수석에게 보냈다.
당시 이 후보는 새누리당 최고위원회가 공천 의결을 보류해 대구 동구을을 무공천 지역으로 지정하면서 총선 출마가 결국 무산됐다. 유 대표는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이 지역에서 당선됐다.
신 전 비서관에 따르면 총선 당시 이한구 전 의원을 공천관리위원장에 앉힌 것도 박 전 대통령이었다. 2016년 초 현 전 수석과 신 전 비서관, 최경환·윤상현 의원이 모여 총선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현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이 공천관리위원장을 이한구로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최 의원이 “이 전 의원은 고집이 세다”며 반대 의견을 내놓자 현 전 수석은 “이미 정해졌으니 내가 연락하겠다”고 주장했다.
신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이 현 전 수석에게 선거 및 공천 전략을 수립하도록 여론조사도 지시했으며, 그 결과를 실시간으로 보고받았냐”는 검찰 측 질문에도 모두 “그렇다”고 답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당초 첫 재판 예정일이었던 지난 17일에 이어 이날도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앞으로 재판을 궐석재판으로 진행키로 확정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5년 11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새누리당 지지도가 높은 지역에 친박 인물을 대거 당선시키기 위해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공모, 친박 선거운동을 기획하고 여론조사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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