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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립 굴레 벗고 평화공존 길 만들자

■남북정상회담에 바란다<하>

11년 만에 갖는 역사적 만남

北 완전한 비핵화 꼭 끌어내

항구적 평화 기반 마련하고

70년 갈등 역사 이젠 끝내야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이 드디어 오늘 열린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오전9시30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역사적 만남을 이룬 후 10시30분 평화의집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시작한다. 두 달 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문 대통령의 특사로 방북하기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두 정상 간 만남이 현실이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2차 남북 정상회담 이후 11년 만의 만남이자 남과 북에서 단독정부가 출범한 지 70년, 정전협정을 맺은 지 65년 만이다. 이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사이에 놓인 폭 2,018㎜의 타원형 테이블만 뛰어넘으면 한반도 정세를 극적으로 반전시킬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쉬운 일이 아니다. 한반도에서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은 그간 수없이 이어졌다. 1971년 이후 당국 대화 657회, 정치회담 264회를 포함해 무려 1,300회 이상의 만남이 진행됐고 7·4, 6·15, 10·4 등 공동선언 또는 성명도 세 차례나 나왔다. 밀사가 남북을 오가기도 하고 민간기업인이 소떼를 몰고 북한을 향하는 이벤트도 등장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북한의 숱한 합의 파기와 도발이 파국의 가장 큰 원인이지만 국제정세 변화나 남측의 정국혼란으로 인한 경우도 있었다. 단순한 대화와 교류를 지속하는 것조차 어려운 게 작금의 남북이 대면한 냉엄한 현실인데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이를 훨씬 뛰어넘어야 하니 두 정상이 느끼는 부담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더욱이 이번 회담의 궁극적 목표는 한반도에서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고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낯선 길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 야심차게 시작된 남북교류는 이후 경제부터 사회·문화에 걸쳐 다방면으로 확산됐고 이산가족 상봉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평화정착을 위한 시도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끝을 본 것이 없다. 경제·문화교류는 10년 넘게 길이 막혀 있고 이산가족 상봉 역시 북한의 일방적 중단으로 끊어지기 일쑤였다. 이러한 평화는 항구적인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완전하고 돌이킬 수 없는 것이지 환경 변화에 영향을 받는 것이나 일시적인 이벤트가 아니다. 항구적 평화란 그만큼 어렵고 힘든 일이다.

남북 정상이 이 험난한 길을 뚫고 완전한 평화 공존을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이번 회담의 최대 난제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의지를 북한으로부터 끌어내지 못한다면 종전 선언을 포함한 평화체제 전환도, 남북관계 개선도 불가능하다. 이 경우 미국이 가만히 있을 리 없고 그 결과는 파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결코 실현돼서는 안 될 시나리오다. 오늘 마주앉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이를 막아야 한다. 문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단순한 중개자 역할만 해서는 안 된다. 문 대통령 스스로 길을 만들고 김 위원장을 이끌고 가야 평화를 향한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



평화 공존의 길이 열린다면 그것은 남북 모두에 축복이다. 우리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2.4%에 달하는 약 40조원을 국방비로 쓰고 있다. 북한은 무려 20% 이상을 국방에 쏟아붓는다. 가장 활발하게 활동해야 할 청년도 남쪽에서만 60만명이 군대에 얽매여 있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남북 긴장이 해소된다면 이 모든 자원을 경제와 민생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 평화 이후 찾아올 남북 경제협력의 효과까지 감안한다면 시너지 효과는 상상 이상이 될 것이다.

오늘 남북 정상회담은 한반도가 나락으로 떨어지느냐, 축복의 땅으로 다시 태어나느냐를 결정하는 운명의 자리다. 실패란 있을 수 없다. 오늘은 대립과 갈등으로 점철된 70년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평화와 공존의 길로 남북이 함께 가는 새 시대의 첫날이 돼야 한다. 두 정상이 마지막 남은 2m의 거리를 뛰어넘어 두 손을 맞잡고 환한 웃음으로 회담장 문밖으로 나오는 모습을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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