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이 지난 27일 ‘판문점 선언’을 통해 올해 안에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기로 했지만 구체적으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추상적인 수준의 비핵화 선언만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의 안보태세에 변화가 생길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기로 합의하며 주한미군이나 미국의 전략자산 배치,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주한미군의 지위와 주둔 성격은=문재인 대통령은 19일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라든지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하지도 않고 있다”며 주한미군 철수 문제는 협의 대상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남북 정상회담 이후 주한미군 주둔 필요성에 대해 “먼저 동맹국들과 논의하고 북한과도 논의할 이슈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조차 인정하지 않던 미국의 입장에 변화가 생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주한미군은 북한이라는 적에 대항하기 위해 주둔하고 있지만 실제 종전 선언이 된다면 범위를 넓혀 동북아 전초기지가 되고 그 지위 또한 포괄적으로 확대돼 환경·인권·식량 등 포괄안보를 담당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시기상조의 주한미군 감축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다. 에이브러햄 덴마크 전 미 국방부 동아태담당 부차관보는 27일 “남북한이 군사적 신뢰 구축과 단계적 군축을 협상하는 동안 주한미군은 대비태세를 유지해야 한다”며 “한국은 북한의 위협을 반영해 미국과 긴밀한 협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美 전략자산 축소, 방위비 분담 영향은=판문점 선언은 ‘남북이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명시했다. 한국에 핵무기가 없다는 점으로 미뤄 보면 ‘핵 없는 한반도’를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은 미국의 전략자산 축소와 연계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과도 연계될 가능성이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11~12일 방위비 분담 협상 2차 회의를 진행한 뒤 “협의 과정에서 미국 측이 전략자산 전개비용 문제를 거론했다”고 밝힌 바 있다.
데이비드 맥스웰 전 미군 특전사령부 대령은 “한국은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더 이상 한반도에 미국의 전략자산이 배치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북한은 마침내 한미동맹 균열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남북 간 군사적 신뢰까지 구축된다면 미군은 정찰국가로서 미국의 국익을 실현하기 위해 주둔하는 것이어서 방위비 부담이 상당 부분 덜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경우에도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되면 미국에 강력하게 대가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 연합훈련, 로키(low-key) 기조 유지될 듯=올해 한미 연합군사훈련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연기된 데 이어 남북·북미 정상회담의 대화 분위기를 고려해 방어적으로 진행됐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현재의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신원식 전 합참차장은 “김정은의 평화공세에 우리 국민이 벌써 경계를 풀고 있으나 북한이 발톱을 드러낼 때면 이미 늦는다”면서 “미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만으로 만족할 수도 있는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우리를 향한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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