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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서울행정법원장 "구제사각지대 줄이려면 의무이행소송 하루빨리 도입해야"

■ 전문법원장에 듣는다<3>

행정가처분·원고적격 자격도 확대

운전면허·영업구제 등 생활밀착사건

전담재판부 통해 신속히 처리 노력

장애인·외국인 민원지원 늘릴 것

김용석 서울행정법원장이 서울 양재동 법원 청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송은석기자






중소 건설시행사 A사 송모 사장은 요즈음 폐업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똑같은 행정처분을 반복하는 경기도 광주시와 더 이상 소송전을 벌일 엄두가 나지 않아서다. A사는 아파트 개발이익에 따라 광주시가 매긴 30억원대 개발부담금이 무겁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광주시는 대법원에서 두 번이나 졌음에도 같은 처분을 세 번째 내릴 태세다. 송 사장은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행정소송을 치르든, 소송을 포기하고 부담금을 내든 회사에 치명적이긴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올해 개원 20주년을 맞는 서울행정법원은 A사와 같은 처지에 놓인 수많은 개인과 기업의 권리구제 방안을 고민해왔다. 현행법상 법원이 특정 행정처분에 대해 위법하다며 취소 판결해도 당국은 이를 무시하고 재차 같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지난 3월 취임한 김용석 서울행정법원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행정소송에서 져도 잘못된 처분을 고치지 않는 정부 관행을 고치려면 의무이행소송을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무이행소송은 소송 원고가 청구하는 행정처분을 이행하도록 법원이 당국에 명령하는 제도다. 현재 법원은 위법한 행정처분을 단지 취소할 수 있을 뿐이다.

김 법원장은 “의무이행소송의 도입 말고도 행정 가처분과 원고적격(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자격)도 확대해야 한다”며 “이는 개인과 기업들의 권리구제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필수 요건”이라고 말했다. 원고들이 본안 소송 판결 전에 위법한 처분으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고, 특정 처분에 실제 영향을 받는다면 법률상 명시돼 있지 않아도 소송 자격을 주자는 얘기다.



대법원은 앞서 의무이행소송과 항고소송 가처분 신설, 원고적격 확대 외에도 장래 내려질 행정처분을 미리 취소시키는 ‘예방적 금지소송’ 등을 담아 행정소송법을 개정하자는 입법의견을 냈었다. 하지만 각 부처들 반대로 2013년 정부 입법안에는 의무이행소송 도입만 포함됐다. 이마저도 관계부서인 법무부에서 잠자고 있는 처지다. 김 법원장은 “사법부에서는 법 통과를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올해 큰 진전을 이루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법원장은 서울행정법원 탄생 이후 성과에 대해 과거에는 보이지 않던 소송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을 꼽았다. 정보공개 청구 소송, 정부의 부당노동행위 처분에 불복한 소송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 법원장은 “과거에는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하던 행정소송에 대해 접근성이 높아졌고 그만큼 힘없는 민간 주체들이 구제받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이제 서민과 영세 소상공인, 장애인·외국인 등 취약층을 위한 지원책을 강조하고 있다. 김 법원장은 “운전면허 취소나 영업정지 불복 소송처럼 서민 생활과 밀접한 ‘생활밀착형’ 재판에 전담 재판부를 확대하고 있다”며 “신속하고 전문적인 재판으로 생업에 지장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민원 상담직을 신설해 장애인·외국인들의 행정소송 진행을 돕는 제도도 시행 중”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늘어나는 난민 사건에 대해선 “난민 지원 기관들과의 지속적 연계로 난민에 대한 법관들의 이해를 높이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도록 재판 절차를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행정법원이 개원 20주년을 맞으며 제2, 제3의 행정법원도 출범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각 지방자치단체와 법조계에서 나온다. 최근에는 정부 부처가 밀집한 세종시에 행정법원을 설치하자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다. 김 법원장은 “전국 주요 지역에 분포한 가정법원의 선례를 보면 전문 법원이 각지에 개원하면서 재판과 연구 역량이 강화된 것이 사실”이라며 “독립 법원이든, 지방법원에 딸린 지원의 방식이든 행정법원의 추가를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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