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북미 정상의 만남이 이뤄질 역사적 장소로 결국 싱가포르가 낙점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몹시 기대되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 나의 회담이 싱가포르에서 6월 12일 개최될 것”이라며 “우린 둘 다 세계 평화를 위해 회담을 매우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북미정상회담이 미국 워싱턴도, 북한 평양도 아닌 제3 지역에서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스웨덴 스톡홀름, 스위스 제네바는 물론 미국령 괌, 몽골 울란바토르 심지어 판문점까지 거론됐었지만 결국 북미는 싱가포르가 외교적 중립국이라는 점에 더해 양국 정상 모두 이동이 용이하고 경호, 치안, 통신 접근성 등도 우수하다는 점에서 싱가포르 개최에 합의한 것으로 분석 된다.
①북미 모두 외교 부담 적은 ‘중립국’=지난 3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만남을 제의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전격 수락한 이후 국제사회는 곧바로 세기의 만남이 이뤄질 장소 맞추기에 나섰다. 주로 주목을 받은 곳은 중립국들로 스웨덴, 스위스, 몽골, 싱가포르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중립국’으로 북미 양측 모두에게 외교적 부담이 적은 지역이라는 점에서다. 특히 이 중에서도 스웨덴은 평양에 대사관을 두고 미국인의 영사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스위스는 김 위원장이 유학했던 친숙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유력 개최지로 지목됐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전용기 등 여건이 장거리 이동에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스웨덴과 스위스는 자연스럽게 후보지에서 배제됐다. 판문점 역시 한때 트럼프 대통령이 개최장소로 관심을 뒀지만 미국 측에서 외교 부담이 큰 장소라며 배제했다.
②‘참매1호’ 날아갈 수 있는 곳=김 위원장의 전용기인 ‘참매1호’는 지난 1960년대 개발된 구소련제 일류신(IL-62) 기종이다. 구형 모델로 1만㎞가 넘는 유럽 항로를 이동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른 국가에서 이동 수단을 제공할 수 도 있지만 최고 지도자의 체면을 굉장히 중요시 하는 북한 정권이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다. 결국 김 위원장이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제3의 중립국으로서 싱가포르와 몽골이 유력해졌다. 싱가포르는 북한에서 비행 거리가 4,700㎞로 안정적이고, 몽골은 열차 편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③경호·치안·통신 인프라 완비=북미 정상의 만남이 예고된 이후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 전 몽골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를 회담 장소로 추천했다. 또 몽골 정부가 북한과 미국 외교 인사들과 접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울란바토르로 세계의 시선이 쏠렸다. 하지만 백악관이 울란바토르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치안이나 경호, 인프라 등의 면에서 검증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반면 싱가포르는 이미 글로벌 금융 허브 도시로서 대형 국제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른 경험이 많다. 미국과 관계가 좋을 뿐 아니라 북한에도 7위 수준의 교역국이다. 이 때문에 현지 일간 더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이미 지난 달 27일 싱가포르가 지닌 중립성과 중국-대만 등 껄끄러운 관계에 있던 국가 간 대화 중재 경험 등을 집중 소개하면서 “싱가포르에서 회담이 열리면 2015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당시 대만 총통 회담 이후 두 번째 역사적 만남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했다. 게다가 싱가포르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시하는 언론 접근성 면에서도 다른 국가들에 비해 호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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