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물벼락 갑질에 이어 밀수·탈세 혐의를 받는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자택 압수수색 결과 고가의 미술품이 단 한 점도 발견되지 않아 제3의 은닉 장소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2차 압수수색 과정에서 ‘비밀의 방’이 알려지면서 한진 일가의 밀수품 은닉 의혹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조양호 회장 부부가 자택 공간 중 상당 부분을 미술 전시장으로 건축 허가를 받아 활용해왔기 때문이다.
13일 조 회장 평창동 자택의 건축물대장과 건물·토지등기부 등본 등을 보면 조 회장 자택 중 일부 공간은 주택이 아닌 ‘기타전시장’ 용도로 건축 허가를 받았다.
조 회장 부부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사는 평창동 집은 지상 2층, 지하 3층에 이르는 저택이다. 지상·지하 공간을 합친 연면적은 1,403㎡(425평)에 달하고 대지면적만 1,600㎡(484평)가 넘는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연면적의 약 15% 정도인 220㎡(67평)는 거주 공간이 아닌 ‘기타전시장’으로 건축 허가를 받았다는 부분이다. 기타전시장으로 사용하는 공간은 지상 1층(70.92㎡)부터 지하 2층(130.99㎡)·3층(18.09㎡)까지 총 3개 층에 걸쳐 있다.
평소 조 회장 부부는 이 공간을 미술전시실로 활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기타전시장으로 건축 허가를 받았다면 용도에 맞게 사용을 해야 한다”며 “주택이나 주차장 등 다른 용도로 사용을 하면 무단 용도 변경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특히 조 회장은 평소 사진 예술에 관심이 많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씨 역시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전문가로 그림에 조예가 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씨가 이사장직을 맡은 일우재단의 주요 사업 중 하나도 사진·미술 전시문화 사업이다.
그럼에도 조 회장 자택을 상대로 관세청 인천본부세관이 두 차례에 걸쳐 압수수색을 했지만 어느 곳에서도 고가 미술품은 없었다. 즉 자택 내 전시장 용도로 건축 허가를 받은 전시 공간까지 마련돼 있음에도 정작 전시된 고가 미술품은 전혀 없다는 뜻이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진 총수일가가 밀수·탈세 수사에 대비해 미리 제3의 장소에 은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와 같은 의혹이 커지자 한진그룹 측은 “조 회장 자택 갤러리는 대중적인 특징의 작품을 전시하는 ‘보태니컬(botanical) 아트 공간으로 고가의 미술품이 있을 수 없다”고 해명에 나섰다. 보태니컬 아트란 식물의 특징이나 아름다움을 세밀하게 표현하는 미술양식이다. 기본적으로 대중예술로 분류돼 고가의 작품이 흔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 측은 “또 일우사진상 작품의 경우 수상자의 동의하에 기부를 받고 있으며 이 작품들은 서소문 일우재단에서 보관 중”이라며 “일우재단은 공익재단으로서 정관상 고가의 미술품 구입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관세청은 현재 한진 측의 미술품 불법 반입·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텔레그램 제보를 열어 놓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가람기자 gara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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