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1위에 복귀한 ‘골프여제’ 박인비(30·KB금융그룹)가 국내 대회 첫 우승이라는 숙제에 재도전한다.
박인비는 16일부터 5일간 강원 춘천의 라데나GC(파72·6,313야드)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총상금 7억원)에 참가한다. 지난해 준우승한 대회다. 손가락 부상이 채 낫지 않았는데도 결승에 올랐고 우승컵을 눈앞에 두고 김자영에게 2홀 남기고 3홀 차(3&2)로 졌다. 지난해 10월 KB금융 스타챔피언십(4위) 이후 첫 KLPGA 투어 나들이다.
특히 세계 1위 탈환 후 처음으로 국내 팬들과 만나는 자리다. 박인비는 지난달 23일 2년 6개월 만에 세계 1위에 복귀해 이날까지 4주 연속 왕좌를 지키고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커리어 그랜드슬램(메이저대회 석권)과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금메달 등 다 가진 박인비에게 딱 한 가지 없는 게 바로 KLPGA 투어 우승이다. 통산 19차례 출전에 준우승만 여섯 번이다. 그동안 국내 대회 우승을 ‘숙제’라고 표현해온 박인비는 “지난해 우승을 놓친 것은 정말 아쉬웠지만 좋은 경기를 했다. 그 기억으로 올해도 출전한다”며 “매치플레이 방식을 워낙 좋아하는데 올 시즌 LPGA 투어에 매치플레이 대회가 없어서 아쉬웠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유일한 매치플레이 대회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큰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뭔가 다르다. 부담감보다 편한 마음이 커 스스로 많이 기대하고 있다”는 말로 스무 번째 도전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올 시즌 KLPGA 투어 상금 1·2위인 장하나와 최혜진, 지난 시즌 투어를 평정한 이정은, 디펜딩 챔피언 김자영 등이 총출동한다. 장하나는 지난 2013년 우승자, 최혜진은 이 대회 첫 출전이다. 팔 통증으로 지난주 대회 중 기권했던 이정은도 정상 출격한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으로 5년 만에 우승 가뭄을 씻은 김자영은 “매치플레이는 흐름이 중요하기 때문에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겠다는 마음으로 첫판부터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이 대회 유일한 멀티 우승자(2012·2017년)다.
15일 진행된 조 추첨에서 박인비는 정연주·최유림·최혜용과 같은 조가 됐다. 64강 토너먼트 방식이던 이 대회는 지난해부터 조별리그로 진행하고 있다. 첫판에 탈락하는 일은 사라졌지만 조별리그 3경기를 거쳐 조 1위에 올라야 16강에 진출한다. 16강부터는 지면 바로 짐을 싸는 토너먼트로 펼쳐진다. 장하나·이선화·박성원·김수지, 이정은·안시현·윤슬아·박소연, 김자영·안송이·임은빈·홍진주가 같은 조다. 최혜진은 장수연·김현수·하민송과 한 조가 됐다. 누가 1위가 돼도 이상하지 않은 ‘죽음의 조’이면서 모두가 롯데 소속인 ‘집안싸움’이 펼쳐지게 됐다.
우승자는 상금 1억7,500만원과 함께 3,000만원대의 굴삭기를 부상으로 받는다. 대회 주최사 중 하나인 두산인프라코어가 내걸었다. 한국에서는 낯설지만 일본 투어에서는 굴삭기·요트·소 등 이색 부상이 일반화돼 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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