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한시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협상단의 합의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지만 ‘한시’라는 점에서 여전히 무역전쟁의 불씨는 남아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므누신 재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금 무역전쟁을 보류했다”며 “우리는 구조를 조정하는 동안 관세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구조 조정’은 미중 무역합의에 따른 추후 협상 과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무역 분쟁의 ‘한시 유예’로 여전한 여지를 남긴 므누신 장관의 말처럼 전날 발표된 무역 합의안도 여전한 무역 분쟁의 불씨를 남겼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중은 합의문에서 중국의 수입 확대 품목으로 미 농산물과 에너지를 명시하고 미국 측 실무팀이 중국을 방문해 세부사항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달 초 중국 베이징에서 1차 협상을 통해 접점을 모색한 뒤 17~18일 워싱턴에서 2차 고위급 담판을 통해 양국 간 공통분모를 끌어내 표면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앞에 전리품을 넘겨준 셈이다. 농산물과 에너지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지지세가 강한 지역들의 주력 생산품이다. 지난해 기준 3,750억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를 농산물·에너지 수출 확대로 메우기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인위적으로 미국 측 수출을 늘릴 만한 품목이 많지 않다는 현실을 고려한 것으로 관측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첨단 IT 제품과 항공기·방위 산업 제품을 모두 포함해도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치(2,000억달러)까지 대중 수출을 확대하기는 비현실적”이라며 이번 합의로 농산물과 에너지에서 각각 50억달러와 90억달러의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양국 간 합의 내용이 원론적 수준에 그치는 것이 많고 중국이 끝까지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겠다면서 구체적 목표는 적시하지 않아 미중 간 무역전쟁이 끝났다기보다는 언제라도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남겼다. 앞서 중국 대표단은 미국 측에 수입을 확대할 품목으로 항공기와 반도체 등 첨단제품들도 제시할 것으로 전해졌지만 결국 공동성명에서는 빠져 논란의 불씨가 적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중국의 첨단 산업 진흥책인 ‘제조 2025’가 이번 협상의 의제에서 배제된 것도 잠재적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중국 정부의 ‘제조 2025’ 육성 정책을 중단하라고 압박해왔지만 중국은 결코 양보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향후 반도체·로봇·바이오 등 신산업에 대대적인 보조금 지원 등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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