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이는 2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MBC 주말드라마 ‘데릴남편 오작두’(극본 유윤경, 연출 백호민 한진선) 종영 인터뷰를 가졌다.
‘데릴남편 오작두’는 극한의 현실을 사는 30대 중반 직장여성이 오로지 결혼한 여자, 즉 유부녀라는 소셜 포지션을 쟁취하려 데릴 남편을 구하면서 시작되는 역주행 로맨스 드라마. 유이는 극 중 열혈 PD 한승주를 맡아 가야금 명장의 유일한 후계자이자 자연인 오작두와 달달한 멜로 연기를 선보였다.
지난 2009년 그룹 애프터스쿨로 데뷔한 유이는 MBC ‘선덕여왕’(2009)을 시작으로 연기 활동을 병행해왔다. ‘미남이시네요’ ‘오작교 형제들’ ‘버디버디’ ‘황금무지개’ ‘상류사회’ ‘결혼계약’ ‘불야성’ 등 브라운관에서 활약했다. 지난해 KBS2 ‘맨홀-이상한 나라의 필’에 출연한데 이어 ‘데릴남편 오작두’까지 ‘열일’ 중이다.
-‘데릴남편 오작두’가 24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소감이 궁금하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까 아쉽다. 후반으로 갈수록 수정 대본도 많아서 23, 24부 완고가 되게 늦게 나온 편이었다. 그걸 받는 순간에도 진짜 끝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촉박한 촬영이었다. 저희끼리 ‘시즌2 하는 거 아니야?’할 정도였다. 7년 후로 확 튀어버렸는데 아이 하나 못 낳지 않았나. 시즌2가 생긴다면 그 산골에서 아이 하나 정도는 낳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오작두를 연기한 김강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강우 오빠가 낯을 엄청 가리시는 분이라고 얘기를 들었다. 또 워낙 정장이 잘 어울리고 또박또박 말하는 역할이 잘 어울리신다고 생각해서 작두와 매치가 잘 될까 싶었다. 첫 촬영에 오빠가 더벅머리를 하고 왔는데 너무 잘 어울리는 거다. 리딩할 때는 전라도 사투리가 조금 셌는데 촬영을 하다 보니 다정다감한 사투리가 됐다.
-더 가까워지게 된 구체적인 계기가 궁금하다.
제가 운동을 했던지라 뛰는 것도 넘어지는 것도 다 했다. 강우 오빠가 그러 보더니 매니저 통해서 어떻게 넘어지는지 알려주고 무릎보호대도 하라고 전해주셨다. 열심히 한다고 봐주신 것 같다. 점점 편하게 대해주시니까 저도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선배님도 대사를 되게 못 외우셨는데 서로 누가 더 못 외우나 내기하다가 친해지기도 했다. NG 내는 것으로 내기도 하고 즐거웠다. 나중에는 다른 사람과 하는 것보다 강우 오빠와 연기하는 게 마음이 편했다. 오빠가 따라갈 테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도 해주셨다. 서로 의견을 내면서 예쁜 신이 만들어졌다.
-김강우가 ‘산 속에서 촬영하는데도 불평불만 하나 없었다’며 칭찬하던데.
사실 정글에 온 줄 알았다. 화장실에 갈 때면 어디 가냐고 하시면서 다 쳐다보는데 ‘거름 주러 간다’고 했다. 그런 모습이 털털하고 귀여워 보이셨나 보다. 겨울에는 너무 추웠다. 눈물 넣는 액이 얼고 조명이 얼어서 깨지고 카메라 렌즈도 뿌옇게 됐다. 작두네 집이 세트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은데 아니었다. 핫팩 하나로 서너 명이 잡고 있었다.
-정글에 갔다고 표현할 정도로 힘들었나.
진짜 ‘정글의 법칙’에 한 번 더 갔다 온 것 같은 느낌이다. 저쪽에서는 훈련한답시고 총 소리가 나고, 이쪽에서는 날씨가 풀렸으니 오토바이 타고 산에 올라오시고, 또 비행기도 날아다니고. 감정신을 하다가 그래서 끊기면 서로 계속 쳐다봐줬다. NG가 났는데도 계속 바라보면서 서로의 감정을 이어가려고 노력했다. 그러다보니 더 친해진 것 같다.
-오작두는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상적 남편상이었다. 연기하며 이상형이 바뀌지는 않았나.
이상형보다는 결혼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다. 결혼을 하고 싶은 생각이 확고해졌다. 무슨 말은 하고 싶은데 엄마나 아빠, 언니나 형부한테는 못할 수 있지 않나. 그럴 때 1번에 저장한 남자친구에게 전화해서 ‘자기야 나 너무 힘들었어’라고 말하면 ‘그랬어’하고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싶은 거다.
드라마를 하면서 드레스를 많이 입어봤지만 이번에는 느낌이 이상하더라. 제가 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예쁘다고 느껴졌다. 어른들이 드레스 어울릴 때 가라는 말을 하셨다. 그때가 지금인 것 같은데 있어야 가지(웃음). 이때를 놓치면 한참 후에 갈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과 결혼을 하고 싶나.
누가 저보고 발발거리는 천방지축 강아지 같다더라. 나이만 먹었지 아직은 어른이 아닌 상태인 것 같다. 저를 좀 케어하고 진정시켜주고 보듬어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눈이 작고, 키가 컸음 좋겠고, 친구 같고 다정다감했으면 좋겠고 등 구체적이었는데 많이 달라졌다. 드라마를 찍으면서 제 성격이 승주같다는 것을 알았다. 욱하는 성질이 많더라. 작두처럼 너무 착하면 안 되지만 조금은 어른 같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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