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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에세이] 한의 '첩약 건보적용' 숙제 풀자

임병묵 대한예방한의학회 부회장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해 8월 발표된 ‘문재인케어’, 즉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이 최근 대한의사협회의 반발로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문재인케어는 모든 필수적 의료서비스에 대한 급여 적용으로 의료 이용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고 공공 건강보험이 의료보장체계의 근간으로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정책이라 하겠다. 추진 과정에서 일부 직능의 저항이 있지만 전면적인 보장성 강화 방향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의사협회와 달리 한의사협회는 문재인케어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보여왔다. 한의 건강보험 도입 이후 정체된 급여 범위를 획기적으로 넓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한의서비스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률, 즉 환자가 지불해야 하는 의료비 중 건강보험이 커버하는 수준은 지난 2015년 한의원 47.2%, 한방병원 35.3%로 전체 건강보험 보장률 63.4%에 비해 매우 낮다. 침·뜸·부항 등의 시술과 일부 한약제제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고 있지만 대표적 한의 치료수단인 한약에 대한 급여는 매우 미흡한 수준이다.

현재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한약은 개별 한약을 추출한 뒤 부형제를 넣어 가루약으로 만든 엑스산제로 67종에 불과하다. 당귀엑스산제·감초엑스산제·황기엑스산제 등의 제제약을 56개 기준처방대로 조제해 투약한다. 이런 혼합제제 방식은 한 처방에 들어가는 부형제의 총량과 1회 복용량이 많아지고 약효가 떨어지는 문제를 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의사들의 보험 한약 사용이 저조했다. 2016년 건강보험 한의 투약료는 386억원으로 건보 한의 진료비의 1.6%에 불과하다.

반면 일본은 개별 한약이 아닌 처방별로 약을 추출해 부형제 사용을 줄인 복합한약제제에 건강보험을 적용한다. 급여 처방이 149종, 보험 한약의 2016년 매출이 1조6,000억원으로 우리와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한의계는 1990년대부터 보험 한약의 범주에 개별 한약이 아닌 처방별로 약을 추출해 부형제 사용을 줄인 복합제제도 포함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7년과 2011년 보건복지부가 주관하고 관련 직능단체들이 참여한 한약제제 급여개선태스크포스(TF)를 운영했다. 그러나 약사회가 복합한약제제 급여화(건보 적용)의 전제조건으로 한약 의약분업을 요구하고 한의사회가 반대하는 구도가 반복되면서 성사되지 못했다.

다행히 3월 대한한의사협회장 선거에서 한약제제 한정 의약분업과 복합한약제제 급여 확대 공약을 내건 최혁용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복합한약제제 급여 확대의 돌파구가 열리게 됐다. 조속한 시일 안에 정부와 관련 단체들의 논의 테이블이 마련돼 복합한약제제 급여화와 급여 대상 처방 확대를 위한 협의에 나서야 할 것이다.

문재인케어는 한의 첩약의 급여화에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첩약은 일반 국민들이 한의 비급여 행위 중 급여화를 원하는 1순위 항목이다. 2012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3년간의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이 의결됐으나 당시 한의계 내의 갈등으로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한의사협회 회원 대상 여론조사에서 78%가 첩약 급여화에 찬성해 급여화의 재추진 기반이 마련됐다. 첩약 건보 적용은 한의 분야 문재인케어의 핵심적 내용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복합한약제제와 마찬가지로 관련 직능단체 간의 협의와 조정이라는 숙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관건이다. 복합한약제제·첩약 급여화의 바람직한 방안 도출과 아울러 정부·이해집단 간의 지혜로운 협력을 통해 한의 의료가 국민건강 향상에 더욱 큰 기여를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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