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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를 지킵시다] "시집이나 가겠냐" …민중 폭언에 멍드는 '민중의 지팡이'

성희롱·욕설·협박 등 비일비재

"이러려고 경찰됐나" 자괴감 들어

"사람 대 사람으로 존중만해줬으면"

美 93% "경찰 존경한다"와 대조





“어디, 민중 때리는 지팡이 얼굴 좀 보자.” 김모(22) 순경은 지난해 초 촛불집회 치안 관리차 서울 광화문광장을 지키고 있다가 취객에게 쓰라린 말들을 들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다가온 50대 남성은 전방을 바라보는 경찰기동대원에게 술기운을 내뿜거나 욕설을 하고 급기야는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기까지 했다. “얼굴을 알려 망신을 주겠다”는 협박도 잊지 않았다. 김 순경은 “우리도 시위대 다치지 말라고 일부러 나왔는데 왜 이런 말을 들어야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시위현장에서는 여경을 향한 성희롱도 심심찮게 이뤄진다. 지난 2월 초 서울 종로구에서 벌어진 시위를 막던 여순경 이모씨는 50대 남성에게 성희롱적 언사를 들었다. 폴리스라인에 성 있던 이 순경에게 시위에 나선 남성이 다짜고짜 “시집이나 가겠냐”며 성희롱을 한 것이다. 이 순경은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따질 수도 없었다”고 푸념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112에 10여차례 허위 신고를 하고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이모(59)씨를 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사진=연합뉴스


‘민중의 지팡이’라는 경찰이 일부 시민의 폭언과 협박에 멍들고 있다. 일선 현장의 경찰관에 대한 무례한 발언은 일상이다. 올해 3월12일에는 앞장서 사회질서를 지켜야 할 구의원이 경찰에게 욕설해 고소를 당했다. 인천 남동구의회 소속 A의원은 3월5일 오후7시10분께 남동구 간석동에서 무단횡단을 하다 간석지구대 소속 B(31) 순경에게 발각됐다. 이에 A의원은 사정을 봐달라고 B순경에게 말했지만 B순경이 2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하자 욕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욕설을 듣는 것은 물론 시민의 행패 후 뒷정리도 온전히 경찰 몫이다. 주말마다 새벽이면 취객이 밀려드는 신림역 인근 지구대의 C경장은 “한 주에 네 번은 취객의 토사물을 치운다”며 “특히 차 안에 토사물을 쏟아놓으면 온몸에 토사물이 묻고 냄새가 배는데 ‘내가 이러려고 경찰이 됐나’ 하는 생각에 씁쓸해진다”고 말했다. 지구대 근무 경력 20년인 D경위는 “존경은 바라지도 않는다”며 “다만 사람 대 사람으로 존중해주기만 해도 좋겠다”고 했다.



외국의 경우는 다르다. 미국 길거리에서 제복을 입은 경찰에게 시민이 감사를 표현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도넛 가게, 편의점 등은 경찰에게 치안을 지켜줘 고맙다는 의미로 식음료를 할인해주기도 한다. 지난해 9월에는 플로리다주에 사는 열 살 소년인 타일러 캐러시가 경찰에게 평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미 전역을 돌며 2만2,000개의 도넛을 전달해 화제가 됐다. 이 소년은 경찰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온라인펀딩 사이트인 ‘고펀드미(GoFundMe)’에 ‘나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경찰에게 도넛을 전달합니다’ 캠페인을 시작해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경찰을 존경하는 문화는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2016년 10월 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미국 응답자의 76%가 경찰을 ‘대단히 존경한다’고 응답했다. ‘약간 존중한다’는 의견은 17%로 전반적으로 존중한다는 의견이 93%에 달한다. 반면 한국의 경찰 신뢰도는 바닥권이다. 우리 국민의 59%만이 ‘경찰을 신뢰한다’고 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경찰은 매년 청소년 희망직업 상위권을 차지하지만 현실은 막막하기만 하다. 지난해 12월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2017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 경찰은 장래희망 직종 중 5위를 기록했다. /박진용·서종갑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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