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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수요일] 이웃

박성우(1971~)

새터할매네 매실나무 가지가

텃밭 드는 길 쪽으로 넘어왔다

가지를 뻗고 몸을 낮추는가 싶더니

우리 집 텃밭으로 드는 길을 딱 막고

매실을 주렁주렁 욕심껏 매달았다

내 것이 아니어도 오지고 오진 매실,

새터할매 허리 높이에서 마침맞게 익어갔다

새터할매가 매실을 따간 뒤에, 나는



매실나무 가지 밑에 바지랑대를 세워

막혀 있던 길을 열어보았다

우리 집 호박 줄기는

지난해에도 지지난해에도, 지 밭 놔두고

새터할매 밭으로만 기어들어가 잘 살았다





매실나무 가지가 딱 막아서니 텃밭 드나드느라 얼마나 성가셨을까마는. 호박 줄기가 밭으로 기어오니 얼마나 귀찮았을까마는. 오지게 달린 매실 다 익도록 시인은 도둑괭이처럼 기어 다녔겠구마는. 여름내 애호박 깨나 따도록 새터할매는 여린 순 밟을까 발밑 골라 딛었겠구마는. 시인네 찬장에 매실장아찌 들어와 있고, 새터할매네 툇마루에 늙은 호박 앉아 있구마는. 마을 고샅길엔 아직도 아이들 노래 들려오는 듯하다마는. ‘아랫집 윗집 사이에 울타리는 있지만, 기쁜 일 슬픈 일 모두 내 일처럼 여기고, 서로 서로 도와가며 한집처럼 지내자, 우리는 한겨레다 단군의 자손이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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