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 및 재보선을 코앞에 두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리더십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재연됐다. 독단적인 당 운영을 향한 내부 불만이 제기되면서 선거 한복판에 차기 당권을 겨냥한 파워게임이 펼쳐지는 모양새다. 홍 대표는 “흔들리지 않겠다”며 잡음 차단에 나섰지만 선거 결과 책임을 의식한 듯 유권자에게 “지지를 간곡하게 호소한다”며 한껏 몸을 낮췄다.
홍 대표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에 견제할 힘을 줘야 이 정권의 망국적 폭주를 막을 수 있다”며 “경제를 다시 일으키고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한국당에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평소 공격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홍 대표지만 이날만큼은 “간곡히 호소한다”는 표현을 여러 차례 써가며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행보는 당 안팎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선거 모드로 집중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가뜩이나 여당의 압승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집안싸움은 표 결집에 악재만 될 뿐이기 때문이다. 최근 정우택 의원은 선거전략 부재와 침체 일로의 지지율을 이유로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며 홍 대표와 페이스북 설전을 벌였다. 박성효 대전시장 후보가 홍 대표 비판에 가세하고 친홍 인사들이 반박하는 이전투구가 확산하자 당 안팎에서 “신경이 선거 아닌 차기 당권에만 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 결과는 홍 대표 신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홍 대표는 그간 ‘광역단체장 6곳을 사수하지 못하면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한반도 긴장 완화 분위기와 맞물려 여당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목표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간 움츠리고 있었던 비홍 또는 반홍 인사들이 다시 목소리를 내는 데도 이번 선거에서 한국당이 참패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깔려 있다. 부진한 선거 결과가 지도부 전면교체의 명분이 된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지방선거 후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선출할 가능성이 높다. 차기 대표는 ‘2020년 총선 공천권’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쥐게 된다. 홍 대표는 ‘6석 사수 목표 달성’을 자신하며 조기 전대로 대표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어 선거 후 한국당의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