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품고 미국 땅을 밟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1일(현지시간) 오후 마침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직접 만나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확정하고, 북한의 숨통을 옥죄어온 ‘최대 압박’과 대북 제재 문제에 대한 언급까지 이끌어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 (현지시간) 오후 백악관을 찾아온 김 부위원장 일행과의 만남에 대해 “친서만 전달받는 자리였는데 북한의 2인자와 2시간 짜리 대화의 자리가 됐다”면서 “대북 제재 등 많은 것들에 관해 얘기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제재가 북한 측의 관심 표명에 따라 대화의 소재가 됐다는 점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전념하고 있다고 믿는다”면서 “북한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최대의 압박’(maximum pressure)이라는 말이 더는 사용되질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신규 제재는 없을 것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과 만난 후 종전선언 논의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간 상호 신뢰 부족 속에 비핵화-체제보장이라는 ‘메가 빅딜’을 논의 하던 가운데 백악관을 찾아온 북한 최고 지도자 ‘복심’과의 만남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궁금함을 상당 부분 해소한 것으로 보인다.
김 부위원장은 5월 30일과 31일 이틀 동안 뉴욕에서 진행 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고위급 회담을 마친 후 이날 미국 측이 제공한 차량을 이용해 워싱턴DC로 이동했다. 백악관에 도착한 후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의 영접을 받았고, 이 자리엔 앤드류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이 동행했다. 김 센터장은 폼페이오 장관 방북 당시 동행했을 뿐 아니라 뉴욕 고위급 회담에도 배석했다.
북한 인사가 백악관을 찾아 미국 대통령을 예방한 것은 지난 2000년 10월 조명록 당시 국방위 제1부위원장 겸 군총정치국장 이후 18년 만이었다. 게다가 김 부위원장은 미국의 제재 대상 인물임에도 이번 북미정상회담 조율을 책임자라는 점에서 워싱턴 입성이 허용됐다. 게다가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예상보다 긴 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는 등 삐걱거려온 북미 대화의 윤활유 역할을 제대로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 언론들도 이날 김 부위원장의 트럼프 대통령 예방에 대해 “역사적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김 부위원장이 백악관에서 웃는 모습이 포착 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떠나는 김 부위원장을 직접 배웅하기까지 하면서 “북미 간 긴장이 완화되는 청신호”란 평가도 나왔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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