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북핵 문제·남중국해 등 여러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국이 중국의 앞바다인 대만해협에 항공모함을 진입시키는 군사 작전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7년을 마지막으로 항공모함의 대만해협 통과 작전을 벌인 적이 없다.
로이터통신은 4일(현지시간) 익명의 관리들을 인용해 미국이 연내에 자국 항공모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작전을 검토했지만 중국 자극 우려 탓에 궁극적으로 이 작전이 실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과 대만 섬 사이에 자리 잡은 대만해협에서 가장 폭이 좁은 곳은 130km가량에 불과하다. ‘떠다니는 군사 기지’인 미국 항공모함 전단이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것은 중국에 위협적인 무력시위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비록 검토 단계라고 하지만 미국이 10여 년 만에 항공모함을 대만해협에 투입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본 것은 중국의 대만 위협 고조 등 최근 정세 흐름을 반영한 조처로 평가된다.
중국은 올해 들어 대만을 직접 겨냥한 공세적 군사 훈련의 빈도와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지난 3월엔 첫 항공모함 랴오닝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무력시위를 벌여 대만을 긴장시켰다. 지난 4월부터는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전략폭격기 훙-6K, 최신 전투기 수호이(Su)-35 등이 여러 차례 대만과 필리핀 사이 바스해협을 우회해 대만 동부 공역까지 진출해 원거리 작전 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만일 미국이 대만해협에 항공모함을 파견한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만 수호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아울러 미국의 대만해협 항모 투입 검토는 무역, 군사, 외교 등 여러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미중 양국은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 감축 방안 등 현안을 놓고 세 차례에 걸친 고위급 대화를 진행했지만 미국 정부가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25%의 고율 관세부과 강행 방침을 밝히면서 무역전쟁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남중국해 문제로 돌아오면, 미·중 양측 사이에 오가는 언사가 위협적 수준으로까지 치달으면서 군사적 긴장 수위가 임계치를 넘어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 2일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해 “미국은 중국과 건설적이고 성과 지향적인 관계를 지속해서 추구하겠지만 필요하다면 강력하게 승부를 걸 수도 있다”고 정면으로 경고한 바 있다.
한편, 미국과 중국은 북한 핵 문제 해결을 놓고도 최근 갈등 양상을 노출하고 있다. 미국은 북미 정상회담을 주요 축으로 순조롭게 진전되온 북핵 문제 해결에 중국이 갑작스럽게 끼어들면서 판이 어그러질 뻔했다며 불만을 느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 시작에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을 두 번째 방문하고 떠난 다음 태도 변화가 있었다면서 시진핑 주석을 ‘세계 최고의 포커 플레이어’라고 표현했다. 이처럼 미·중 간에 다차원적인 대립 구도가 형성되어가는 상황에서 미국이 대만 문제를 다시 대중 압박의 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홍승희인턴기자 shhs95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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