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북한 체제 보장을 약속하면서 대북제재 및 압박정책의 단계적 완화·해소에도 시동이 걸리게 됐다. 대북제재가 풀린다면 한미가 이르면 연내부터 먼저 독자 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소하고 이후 국제사회가 유엔 차원의 제재를 완화·해소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유엔 제재는 우리와 미국이 주도적으로 여론을 조성해 마련된 것이지만 해제하려면 국제사회의 컨센서스(공감대)가 마련될 때까지 어느 정도 절차와 요건, 시간이 필요하다”며 “따라서 우리 정부나 미국이 독자적으로 실행한 대북제재부터 해소해나가는 게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전했다.
우리 정부의 독자 대북제재는 지난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망 사건에 따른 금강산관광 중단 조치를 시작으로 본격화했다. 이후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남북교역 및 신규 대북투자 등을 금지한 ‘5·24조치’에서부터 지난해 북한의 6차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관계된 북측 개인 및 기관의 제재를 담은 ‘11·6’ 및 ‘12·11’ 조치에 이르기까지 여러 건의 대북 조치가 취해졌다. 미국도 그간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도발 등이 일어날 때마다 독자적으로 대북제재를 단행해왔는데 특히 지난해 8월에는 ‘미국의 적국에 대한 제재법(HR3364)’을 적용하고 같은 해 11월에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초강수를 뒀다.
한미가 독자 제재를 어떤 방식으로 해소할지에 대해서는 여권과 외교소식통들 사이에서 견해가 엇갈린다. 저강도 제재부터 고강도 제재까지 상향식으로 풀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제재 발동의 역순으로 해제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혹은 몇 가지 제재들을 유형이나 효과별로 묶어서 덩어리별로 포괄해 해소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 중 어떤 방식이 됐든 한미가 일괄적이고 선제적으로 나서기보다는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동결·폐기 실천 단계에 맞춰 사후적이거나 동시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형식으로 제재를 풀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사업 중단 건은 한국의 독자적 제재결정이기는 하지만 유엔 차원의 국제적 대북제재와 복잡하게 맞물려 있어 풀리더라도 상대적으로 후순위가 될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유엔 제재 해제의 경우 중국의 의사가 강하게 반영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특히 지난해 각각 결의된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 2375호와 2397호에 포함된 ‘대북 유류 공급 제한’ 항목 등을 완화하거나 해제하자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밖에도 북한 노동자의 해외송출 및 식료품·농산품 수출 관련 제재도 북한의 비핵화 이행 정도에 따라 비교적 초반부에 풀릴 수 있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분수령은 오는 9월 유엔 총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대북 조림사업 협력 및 남북 간 철도사업 협력 등은 국제적 대북 경제제재의 틈새에 있는 프로젝트들이어서 독자 및 국제 제재 해제와 관계없이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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