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방송국 3사 합동 출구조사는 광역자치단체장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압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은 17개의 단체장 자리 가운데 무소속이 승리하는 제주도와 자유한국당이 승리하는 경상북도 및 대구를 제외하고 전국의 모든 광역자치단체장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곳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역시 두 지역구를 제외하고는 민주당이 압승한다는 예측결과를 보여줬다. 민주당 당선 예측자들의 득표율이 대부분 50%를 넘는다는 것도 ‘압승’이라는 용어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의 성적을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용어가 될 것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절실한 반성이 없는 보수정당에 대한 유권자의 반감은 여전히 매우 강한 듯하다. 또한 자기혁신을 추진하지 못하고 네거티브에만 의존하려는 보수정당의 전략에 대해서 유권자는 대체로 냉담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향해 동분서주했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호감과 높은 지지율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통령 후광(後光)효과(presidential coattail effect·국민적 지지도가 높은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이 선거에서 의석을 증가시키는 현상)로 나타나면서 전국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북미 정상회담이 압도적인 이슈가 되면서 지방선거의 쟁점 등이 묻혀버려 민주당의 압승에 힘을 실어줬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겠지만 필자에게는 반성 없는 보수정당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과 보수분열에 대한 잠재적 지지자의 냉소, 그리고 문 대통령의 꾸준한 인기 등이 상호작용하면서 민주당의 압승을 가져왔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런 선거결과를 두고 보수 및 진보정당은 한국의 미래를 위해서 어떻게 변화해 가야 할 것인가. 먼저 보수세력의 적자를 자처하는 한국당의 환골탈태(換骨奪胎)가 요청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유권자들은 정당의 정책만큼이나 유권자의 정서를 읽어내는 정당의 반응성과 소통능력에도 주목하고 있다. 정당이 아무리 옳다고 생각하는 주장을 펼칠지라도, 그리고 실제로 그 주장이 옳다고 하더라도 유권자의 정서를 무시한 채 거친 언어로 표현되는 경우에 유권자는 좀처럼 여기에 공명하지 않는다. 따라서 민심을 얻어 가려는 뼈아픈 노력이 필요하다. 한편 사상으로서의 보수는 양보할 수 없는 나름의 족보와 원칙이 있겠지만 선거에 이겨야 하는 현실정치에서의 보수정당은 한국이 세기적 변화를 경험하는 지금 ‘미래의 현재’를 위한 다양한 플랜 등을 구비해놓아야 한다. 치열한 자기반성, 민감한 소통능력, 미래를 위한 준비의 3박자가 갖춰질 때 보수정당은 다시 재기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선거에 승리한 민주당은 선거승리의 근본적 원인을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이번 승리가 과연 민주당 자신의 노력이나 정책성과에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보수정당에 대한 염증에 따른 반사이익에 의한 것인지를 구분해내고 향후 선거승리를 토대로 국민적 통합을 유지해나갈 수 있는 적극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문 대통령과 더불어 민주당이 추진한 여러 정책이 국민 대다수에 의해서 공감되고 지지될 때 그 정책은 지속가능성을 부여받고 향후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때 매우 경계해야 할 것이 정책주도나 성과에 대한 독식구조 형성이다. 그럴 리 없겠으나 “이겼으니 혼자 간다”는 생각이 만에 하나라도 국정의 기조논리가 된다면 한국 정치의 질적 발전을 기대할 수도 없거니와 국민이 또한 용납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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