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의 비쥬얼 쇼크, 장르의 쇼크, ‘인랑’이 숨막히고 화려한 액션의 진수를 선보일 준비를 마쳤다.
18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CGV 압구정에서 영화 ‘인랑’ 제작보고회가 개최됐다. 김지운 감독과 배우 강동원, 한효주, 정우성, 김무열, 최민호(샤이니)가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인랑’은 남북한이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후 반통일 테러단체가 등장한 혼돈의 2029년, 경찰조직 ‘특기대’와 정보기관인 ‘공안부’를 중심으로 한 절대 권력기관 간의 숨막히는 대결 사이에서 늑대로 불리는 인간병기 ‘인랑’의 활약을 그린 작품.
김지운 감독은 SF액션에 도전한 것에 대해 “내가 온갖 장르들을 섭렵하면서 해보지 못한 게 멜로와 SF였다. 이번에 제대로 해보고 싶어서 ‘인랑’을 선택했다. ‘인랑’은 근미래에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강대국이 영토분쟁을 일으키자 위기감을 느낀 남북 정상들이 5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통일을 하려 한다. 그 가운데 주변국의 견제와 무장테러단체와 공안부, 특기대간의 숨 막히는 각축전과 암투를 그린 영화다”라며 “그 안에서 멜로와 스파이 장르가 같이 있는 액션 대작이다”고 소개했다.
지금껏 전무후무했던 제목 ‘인랑’을 설정한 이유로는 “사람 ‘인’에 이리 ‘랑’을 합쳐서 만들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임중경을 통해 인간과 늑대의 모습, 그걸 강요하는 타인으로 내면이 충돌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인랑’에서는 특별출연 구미경 역의 한예리, 이기석 역의 허준호도 주요 인물과 함께 스크린을 압도한다. 김지운 감독은 “한예리 씨는 내가 평소에도 좋아하던 배우였다. 작은 역할에도 응해줄지 몰랐는데 기꺼이 응해주셨다. 한예리 씨는 정확한 지점의 톤과 표정, 뉘앙스로 캐릭터를 잘 표현하는 배우였다. 이번에 작은 역이지만 존재감 있게 표현해주셨다”며 “허준호 씨는 존재 자체로 악의 화신 같은 느낌을 보여줬다. 마침 미국에서 한국에 들어와있어서 특별출연을 부탁했다. 준호 씨도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인랑’의 악의 정점에 있는 인물을 잘 표현했다”고 두 사람의 열연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1999년 개봉한 오시이 마모루의 동명 애니메이션 원작 ‘인랑’을 실사화 하며 느낀 점으로 “무모함 그 자체였다. ‘인랑’이 오시이 마모루의 대표작이고 한국에서도 광팬들이 많은데, 거기에 부응할 수 있을지 불안했다. 잘 해도 욕 먹고, 못하면 더 욕먹는 일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준비했다. 내가 ‘놈놈놈’ 이후 이런 영화를 또 할 줄 몰랐는데 영화를 찍으면서 마음이 아팠다. 내 건강을 많이 해친 작품이다”고 털어놨다.
특별히 영화의 시간적 배경으로 2029년을 설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2029년에 대한 큰 의미는 없다. 그 숫자가 불과 11년 후다. 시나리오를 쓰다 보니 5개년 개획을 준비한 후의 이야기이다 보니 그렇게 년도가 나왔다. 트라우마가 치유되는 시간이 필요하다 보니 2029년을 등장시켰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미래를 예견해야 했기 때문인 이유도 있었다”며 “너무 먼 미래를 시점으로 잡으면 자본을 보여주는 부담감이 있었다. ‘블레이드 러너’가 드라이한 SF인 것처럼, 그런 디스토피아적인 분위기를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10년 후로 설정했다”고 언급했다.
강동원은 극중 최정예 특기대원 임중경 역을 맡아 연기, 30kg에 육박하는 강화복을 입고 줄곧 액션을 소화했다. 강동원은 “처음에는 너무 버거웠는데 일주일 정도 촬영하다 보니 적응이 됐다. 그 때부터 감독님이 뛰라고 하시더라”고 웃었다. 이에 김지운 감독은 “마지막에는 나르는 것까지 시켜볼까 했는데 위험해서 못 시켰고 그 외에는 다 시켜본 것 같다. 웬만한 액션을 다 소화했다. 원작에 없던 것도 해냈다. 원작이 가진 독보적인 무드와 허무적인 세계가 있는데, 모호한 것이 특징이라면 실사영화에서는 액션 등을 통해 내 스타일로 표현했다”라고 밝혔다.
강동원은 ‘인랑’에서 정우성과 첫 호흡을 맞추며 최고의 만남으로 ‘비주얼 쇼크’를 선보였다. 강동원은 “정우성 선배와 드디어 같이 작품을 했다. 나도 ‘비트’를 보고 자란 세대이기 때문이다”며 “너무 좋았다. 저희끼리 다음에 또 한 번 작업을 해보자고도 얘기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김지운 감독은 “누군가 ‘인랑’의 장르를 ‘비주얼’이라 하더라. 이 배우들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것이 감독으로서도 영광이고 기분 좋았다. 팬들도 기다렸을 것이다. 호흡은 기본이고, 이런 비주얼을 가진 배우들을 현장에서 어떤 드라마로 섞어서 빛을 발하는 순간이 있다. 그게 너무나 좋았다. 너무 만족스런 작업이었다”고 칭찬했다.
또한 정우성과 작업하며 느낀 점으로 “현장에서 너무 편하게 해주셔서 좋았다. 선배님이 없는 자리에서도 ‘저 사람 좋은 형이야’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정우성 역시 “한창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후배와 작업을 하는데, 서로 어떤 얘기를 주고받는지도 큰 재미였다. 25년 동안 해왔던 내 모습을 일일이 캐치해주고 좋게 말해주는 후배였다. 값진 경험이었고 좋은 작업이었다”고 극찬 릴레이를 이었다.
한효주는 임중경의 눈앞에서 자폭한 빨간 망토 소녀의 언니 이윤희로 분했다. 한효주는 이번 캐릭터 표현이 특히 쉽지 않았음을 밝히며 “지금까지 내가 연기한 캐릭터 중에 가장 표현하기 어려운 캐릭터였다.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이 들어서 촬영장 가기가 무서웠는데, 오히려 촬영하면서 편안해진 것 같다. 이윤희는 참 많이 외로운 캐릭터였다”라고 말했다.
한효주는 특히 ‘골든슬럼버’의 강동원, ‘감시자들’의 정우성, 드라마 ‘일지매’의 김무열과 재회해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한효주는 “멋진 분들과 또 한 번 호흡을 맞출 수 있는 것이 좋았다. 즐거운 현장이었다”고 밝혔다.
정우성은 특기대 훈련소장 장진태 역을 표현한 과정으로 “장진태는 사명감으로 움직이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연기적인 기교로 보여주기는 힘들었다. 그러면서 그 안에서 미묘한 디테일을 보여주려 했다. 장진태에 대한 감독님의 요구는 명확했다. 훈련소장이다 보니 기미, 주근깨, 잔주름이 많이 보여야 해서 분장에 신경썼다. 이 사람의 지나온 역사를 얼굴에 많이 보여주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특기대 해체를 주도하는 공안부 차장 한상우 역의 김무열은 과격한 카체이싱 장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이 자리를 빌어 한효주 씨와 강동원 씨에게 사과를 드리고 싶다”며 “두 분을 들이받는 신을 찍었다. 그 이후에 차를 불구덩이에 밀어넣어야 했다”라고 당시 위험한 촬영 장면을 설명했다.
임중경을 엄호하는 정예 특기대원 김철진으로 분한 최민호는 “김지운 감독님의 빅 팬이다. ‘달콤한 인생’을 50번 넘게 봤다”고 밝히며 “김철진은 액션과 행동으로 성격이 묻어나야 해서 그 점을 신경 썼다. 액션을 간결하고 빠르게, 멋지게 보여주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인랑’은 7월 25일 개봉 예정이다.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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