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지금 소방훈련하고 있는 거야, 모두 밖으로 나가자.”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주연한 미국 할리우드 영화 ‘유치원에 간 사나이(1990년)’의 한 장면이다. 방화범이 유치원에 불을 지르자 교사인 주인공이 아이들을 대피시키면서 놀라지 않도록 하는 말이다. 덕분에 아이들은 질서 있게 밖으로 이동한다.
영화의 한 장면이지만 미국에서 평시 화재대피 훈련이 잘 이뤄지고 있고 유아들도 익숙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9·11테러 당시 뉴욕 국제무역센터에 입주한 모건스탠리의 보안책임자인 릭 레스콜라의 일화도 유명하다. 그는 자신이 근무하는 국제무역센터가 잠재적 테러의 대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재난 대비 매뉴얼을 만들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대피 훈련을 실시했다. 이러한 준비 덕분에 9·11테러 당시 건물에 있던 2,800여명 직원과 방문객은 대부분 무사히 대피할 수 있었다.
군인이 평시에 반복 훈련을 하는 것은 눈 감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숙달돼야만 전쟁상황에서 훈련된 행동이 나오기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방훈련도 마찬가지다. 거의 기계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반복하고 또 반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기상황에서 패닉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 속담에는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이 있다. 현대식으로 해석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즉 트라우마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런데 이걸 ‘솥뚜껑 많이 본 사람, 자라 보고도 놀라지 않는다’로 뒤집어보면 어떨까.
아이들은 국그릇을 엎지르거나 뜨거운 주전자를 잘못 만졌다가 화상을 입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통적으로 이에 대한 교육방법이 있다. 아이들의 손을 잡아 국그릇이나 주전자에 가져다 대는 시늉을 하면서 ‘앗 뜨거워’를 반복해주면 자연스럽게 교육이 되는 것이다. 미리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럼 위험한 행동을 하려는 순간에 ‘앗 뜨거워’라는 소리만 해줘도 멈칫하게 된다.
그래서 안전교육에서 중점을 두는 것이 체험형 교육이다. 실제로 해볼 수 없으니 모의환경이나 장치를 활용해서 훈련을 받는 것이다. 얼마 전의 일이다. 대구 지하철 화재를 계기로 설립된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서 교육을 받은 어느 분이 소감을 전해왔다. 지하철 화재 대피교육은 설명을 들은 후에 실습하는 방식이다. 탈출 통로가 상당히 길고 피난 유도 표지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처음 해보는 사람은 공포감에 심박동이 증가하기 시작한다. 아무리 연습상황이라고 위안을 삼으려 해도 마음은 쉽사리 진정되지 않는다.
훈련을 마치고 나온 체험자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정말 와보기 잘했다”는 한마디로 소감을 표현했다. 그리고 안전교육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했다. 즉 ‘백문이 불여일험(百聞, 不如一驗)’이다.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체험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다시 강조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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