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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이 코 앞인데…북녘 고향 땅 밟는 날 올까

이산가족 41%가 이미 여든 넘은 고령

이벤트성 상봉 넘어 전면적 교류 필요

대한적십자사와 통일부가 22일 오전 강원 속초시 델피노골프앤리조트에서 강원지역 미상봉 이산가족 초청행사를 하고 있다. 행사에는 강릉, 고성, 속초, 양양에 거주하는 미상봉 이산가족 180여 명이 참석했으며 이산가족 지원사업 정책 설명과 위로공연 등이 펼쳐졌다./사진제공=대한적십자사 강원도지사




남북이 지난 22일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적십자회담에서 2년 10개월 만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재개하기로 합의하면서 생이별의 아픔 속에 살아온 이산가족들의 가슴에 또 다시 희망의 싹이 움트기 시작했다. 특히 올 들어서만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까지 열리는 등 한반도 정세가 유례 없이 급변하고 있어 이들의 가족 상봉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오는 8월 금강산에서 열리는 상봉행사 역시 참석 가능 인원은 남북 각 100명씩에 불과하다. 단 한 번을 만나기도 어렵지만 만나게 되더라도 다시 보지 못해 그리움만 더 키우는 이벤트성 상봉 행사를 넘어 이제는 정례적 만남이나 성묘를 위한 고향 방문, 서신 교환 등 이산가족 교류의 범위와 방법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생존자 10명 중 4명은 이미 여든 넘어=통일부 이산가족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988년부터 지난 달 말까지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사람은 총 13만2,124명이다. 하지만 신청자 중 7만5,234명은 이미 사망했다. 생존자(5만6,890명) 중에서도 41.4%(2만3,569명)는 80세가 넘는 초고령자다. 현재까지 방북·방남을 모두 포함해 직접 상봉 건수는 가족 단위 기준 4,186건, 화상 상봉은 557건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지난 3년 동안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남북 인도적 교류마저 단절되자 이산가족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 들어갔었다. 남북 정상도 이런 점을 감안 해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이산가족 문제를 직접 언급하고, 판문점 선언에 이를 명시했다.

전일 적십자회담에서도 우리 측은 이산가족 문제의 접근법을 달리 해야 한다는 점을 북측에 각별히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측 수석 대표였던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합의 내용에 비해 회담이 길었던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 대표단이 제기할 문제가 많았다”며 “이산가족 근문 문제 해결을 위해 생사확인부터 시작해서 정례적으로 만나고 심지어 성묘까지 가고 화상 상봉을 하든지 고향 방문단을 만든다 이런 것까지 내가 얘기했다”고 말했다.



◇통일부, 이산가족찾기 대대적 정비 나서=이번 실무회담에서는 우선 오는 8월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에서 남북 양측 100명씩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여는 데만 국한 해 합의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추가적인 협의를 해 나가자는 여지는 양측 모두 남겼다.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는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5만6,890명에 달하는 이산가족 찾기 신청자 전원을 대상으로 ‘남북 이산가족 전면적 생사확인 대비 전수 수요조사’에 나섰다. 향후 남북 간 합의에 따라 전면적 생사확인과 고향방문이 추진될 경우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북한의 가족에게 전달할 영상편지를 제작할 의사가 있는지 등도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첫 등록 이후 정보를 업데이트 하지 않은 신청자들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보 수정 작업도 병행한다. 고령 신청자가 많은 만큼 우편이나 전화가 어려울 경우 조사원이 직접 방문하기로 했다.

중요한 건 북측의 생각이다. 박 회장은 이에 대해 북측도 “아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이산가족 신청자들에 대한 전산화 작업 등을 이미 진행했고, 이번 수요 조사처럼 업데이트만 하면 되는 것과 달리 북한은 이산가족에 대한 통계가 부족할 것이라는 관측이 크다. 북한 주민들이 이산가족 상봉을 계기로 남한의 생활상을 알게 되는 것에 대한 북한 정권의 불편함도 여전하지만 관리 역량 부족이라는 현실적 문제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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