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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에세이] 내시경 건보수가 차등화해야

조주영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부이사장

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살면서 한 번쯤은 소화불량·복통·설사·변비 등의 위장 증상을 경험했을 것이다. 불행히도 우리나라는 위암이 가장 많은 나라다. 필자가 30여년 전 소화기내과를 전공할 당시만 해도 내시경 검사를 받은 위암 환자의 70~80%는 이미 암세포가 많이 퍼진 진행성 위암 환자였다. 반면 일본은 우리와 달리 70~80%가 완치 가능한 초기 위암 환자였다.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처럼 적극적인 국가암검진 정책을 도입해 이런 역전 현상이 사라졌다. 전체 위암 환자의 70~80%가 조기위암으로 진단될 정도다. 고무적인 현상이다.

우리나라의 위암 내시경 수술과 외과 수술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의사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이다. 필자가 일하는 분당차병원 등 여러 대학병원에는 세계 각국의 의사들이 우리나라 의사들의 위암 내시경·외과 수술법을 배우려고 연수를 온다.

그러나 의료 신기술과 첨단 의료장비 등을 연구개발(R&D)하고 상품화하려는 열의와 성과·업적은 다른 의료 선진국에 비해 미미한 실정이다. 우리 정부와 산업계·학계·연구기관 등이 R&D를 위해 적극 협력하고 있지만 초전문성(super-specialty) 결여, 탁상행정, 복지부동, 책임성 결여, 망국적 학연·혈연·지연 같은 나눠먹기식 사고방식 등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내시경을 만들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지 않는’ 나라가 되고 말았다. 전 세계 내시경의 90% 이상은 일본산이다. 일본의 소화기내시경 의사들이 자긍심을 갖는 것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도 쟁쟁한 내시경 회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도 ‘가성비’ 높은 10개 이상의 내시경 제조 회사가 있다. 우리 정부와 기업·의료인들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최근 첨단 고화질 내시경, 확대 내시경, 현미경 내시경, 인공지능(AI) 내시경 등 최고의 내시경들이 임상에 적용되고 있다. 내시경이라고 다 같은 내시경이 아니다. 내시경으로 진료하는 의사들 간에 의료 지식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오산이다.



내시경전문의가 되려면 최소 12~14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더구나 최근에는 내시경 수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내시경 수술 전문의를 배출하려면 최소 15년 이상이 걸린다. 내시경 검사와 수술은 고도의 전문 의학지식이 필요한 분야다. 국가검진 정책으로 우리나라 국민은 누구나 건강검진 또는 치료를 위해 내시경 검사·수술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내시경 의사들이 턱없이 부족해 소화기내과·일반내과·외과·가정의학과 전문의와 일반 의사들이 국가검진·일반내시경 검사를 하고 있다.

내시경 검사는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내시경 선진국에서는 확실한 전원(全院) 시스템을 갖춰야 내시경 검사·수술을 할 수 있고 질환·의사별로 보험 수가가 다르다.

얼마 전 국내에서 소화기내시경 국제학회를 개최한 적이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외국 내시경 의사가 필자에게 “한국에서도 내시경 검사·수술 수가가 의사별로 차등화돼 있느냐”고 물었다. 필자가 “대한민국은 의료정책이 아주 잘돼 있어서 모든 내시경 의사의 수가가 같다”고 하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시경 초보 의사와 20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내시경 의사의 수가가 어떻게 같을 수 있느냐”고 했다.

우리나라도 내시경 검사·수술에 대한 차등수가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국가·국민·의료단체·학회 차원에서 내시경 의사, 의료장비의 수준과 보조인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될 것이다. 의료기관별로 적정한 진료 범위가 정해지고 양질의 의료가 환자와 국가를 위해 제공돼야 진정한 소화기내시경 강국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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