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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월드컵]'마지막 절규'의 '마지막 선물'

후반 추가시간 김영권·손흥민 연달아 골

통한의 16강 좌절

손흥민이 28일(한국시간) 카잔에서 열린 2018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최종 3차전 독일과의 경기에서 2대0 승리를 결정짓는 추가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카잔=연합뉴스




추가시간 9분이 지나 종료 휘슬이 울리자 한국과 독일 선수들은 동시에 주저앉았다. 독일은 넋이 나간 듯 일어서지 못했고 한국은 이내 동료들과 얼싸안고 감격해 했다.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에 통한의 눈물을 쏟아냈던 손흥민(토트넘)은 감격의 눈물을 터뜨렸다.

한국이 세계 최강 독일을 2대0으로 격파했다. 경기 전 외신들의 전망은 독일의 2대0 승리가 가장 많았고 베팅업체들은 한국의 2대0 승리보다 독일의 7대0 승리 확률을 더 높게 봤지만 한국은 보란 듯 기적을 이뤘다. 비록 바랐던 8년 만의 16강 진출은 아니었으나 한국은 2018러시아월드컵 최대 이변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한국이 A매치에서 독일을 누른 것은 2004년 부산 평가전 3대1 승리 이후 14년 만이다. 역대 전적도 2승2패 동률이 됐다.

한국은 28일(한국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끝난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최종 3차전에서 독일을 2골 차로 무너뜨렸다. 한국축구가 월드컵에서 승리를 챙긴 것은 2010남아프리카공화국 이후 8년 만이다. 1승2패(승점 3)의 한국은 F조 3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2승1패의 스웨덴이 골 득실에서 앞서 조 1위로 2위 멕시코와 함께 16강에 올라갔다. 한국과 같은 1승2패지만 골 득실에서 한국에 2점 뒤진 독일은 조 꼴찌의 굴욕을 맛봤다.

스웨덴에 0대1, 멕시코에 1대2로 져 16강 자력 진출이 좌절된 한국은 실낱 같은 희망만을 안고 독일에 맞섰다. 이날 한국이 2대0으로 이기고 같은 시각 벌어진 스웨덴-멕시코전에서 멕시코가 이기면 한국은 조 2위로 16강에 갈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100% 해낸 셈이었다. 다만 스웨덴이 멕시코를 3대0으로 꺾는 불운 탓에 조별리그 통과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것이었다.

독일은 2014브라질 대회 우승팀이다. 2002한일월드컵부터 4회 연속 4강에 나간 월드컵 전문가다. 이번 대회 들어 멕시코에 0대1로 지고 스웨덴에 2대1로 간신히 이기는 등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래서 더 한국전에 독을 품고 나왔다.



뚜껑을 열자 한국의 독기가 더 셌다. 잇따른 패배에 비난 여론을 짊어진 한국은 1%라는 16강 확률을 살려내려 이를 악물고 덤볐다. 선발 라인업은 4-4-2. 손흥민-구자철이 투톱, 문선민과 이재성이 좌우 윙어, 정우영·장현수가 중원을 지키는 형태였다. 수비진은 왼쪽부터 홍철·김영권·윤영선·이용으로 꾸려졌고 골키퍼 장갑은 이번에도 조현우가 꼈다.

전술의 핵이라는 주장 기성용이 2차전 부상 탓에 벤치를 지킨 가운데 선수들은 더 똘똘 뭉쳤다. 특히 월드컵 전까지 잦은 실수로 일부 거센 비난에 시달렸던 김영권은 몸을 날린 수비로 결정적인 슈팅을 연방 막아냈다. 이번 대회에서 비난의 중심에 섰던 장현수도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신해 그라운드에 혼신을 쏟아냈다.

0대0으로 끝날 것 같던 경기는 후반 추가시간에 거세게 요동쳤다. 코너킥 이후 문전 혼전 상황에서 김영권이 골망을 갈랐다. 오프사이드 가능성에 비디오판독(VAR)이 작동됐고 약 1분의 기다림 끝에 골로 인정됐다. 한국은 우승한 것처럼 환호했고 독일 선수단은 망연자실 땅만 봤다. 이쯤 되자 독일은 이판사판이었다.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도 골문을 비우고 공격 진영으로 나갔다. 이 틈을 한국은 다시 한 번 물고 늘어졌다. 주세종이 노이어에게서 공을 뺏은 뒤 비어 있는 골문 쪽으로 힘껏 보냈다. 달려가던 손흥민이 가볍게 밀어 넣어 2대0. 추가시간 6분이 흐른 시점이었다. 나머지 3분을 잘 버틴 한국은 월드컵 사상 처음 독일을 잡은 기쁨에 흠뻑 젖었다. 1차전보다 2차전에, 2차전보다 3차전에 더 나은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왜 진작 이렇게 하지 못했을까’하는 진한 아쉬움도 함께 남겼다.

경기 후 신태용 감독은 “선수들에게 간절한 마음, 불굴의 투혼을 주문했다. 독일이 방심할 수 있는 부분이 뭘까 생각도 했다”며 “4-4-2를 중심으로 우리 진영에 독일이 오면 5-4-1로 변형했는데 선수들이 잘해줬다. 이번 대회 속도 많이 상하고 힘들었지만 독일을 이기면서 희망을 보지 않았나 싶다. (한국축구가) 발전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산 4회 우승으로 브라질(5회)에 이어 월드컵 최다 우승 2위에 올라 있는 독일은 ‘디펜딩 챔피언 징크스’에 울었다. 2002년의 프랑스, 2010년의 이탈리아, 2014년의 스페인에 이어 전 대회 우승팀이 다음 대회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불명예 사례에 이름을 남겼다. 독일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것은 1938프랑스 대회 이후 무려 80년 만이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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