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엄마는 떼어놓으려야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아이는 엄마 품을 생각하고 엄마는 아이를 영원히 잊지 않습니다.”
고개를 기울인 어머니가 아이를 품에 안은 ‘모자상(母子像)’으로 잘 알려진 원로화가 백영수 화백이 지난 29일 별세했다. 향년 96세.
1922년 수원에서 태어나 일본 오사카에서 성장한 고인은 1944년 귀국해 1947년 김환기·유영국·이규상·이중섭·장욱진 등과 결성한 ‘신사실파’ 동인으로 활동했다. 새로운 추상을 지향한 ‘신사실파’는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작가군 중 하나이며 고인은 그 마지막 생존자였다. 지난 2016년 아트사이드갤러리 개인전에서 그는 가장 가까운 친구였던 이중섭에 대해 “말도 없고 순한 중섭이가 부인 고생한다며 가기 싫다는 사람을 1년 만 가 있으라며 (일본에) 보냈는데 그 때 부인이 안 갔다면 어떻게 됐을까”라 회고했고 “(신사실파) 다른 사람은 다 죽었는데 나만 운이 좋아 살아있으니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인은 나자마자 아버지를 여의었고 두 살 때 스무 살이 채 안된 어머니 품에 안겨 일본으로 가 자랐다. 이 때문에 모성에 대한 동경이 남달랐다. 23세에 귀국해 목포에서 미술교사로 근무했고 이후 1978년 프랑스 요미우리갤러리 전시를 계기로 파리에 정착했다. 30여 년 유럽에서 100여 회의 전시를 열었고 2011년 경기 의정부 호원동 옛 집으로 귀국했다. 지난 4월 자신의 집을 리모델링해 지상 2층, 전체면적 371㎡ 규모의 백영수 미술관을 개관했다. 2016년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유족으로 아내 김명애 씨와 아들 백진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4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일 오전 8시다. 장지는 의정부 신곡2동 성당 하늘의문. (02)-2072-2016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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