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에 협력업체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사태까지 일어나면서 발발 배경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인천공항을 출발하는 아시아나항공 국제선 항공편에 기내식을 제때 싣지 못하면서 운항이 줄줄이 지연됐고, 일부 단거리 노선은 아예 기내식 없이 ‘노 밀’로 출발하기도 했다. ‘기내식 대란’은 3일에도 이어졌다.
이번 사태는 아시아나항공와 새롭게 계약을 맺은 기내식 공급업체인 게이트고메코리아의 공장에서의 화재가 이번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공급하던 LSG스카이셰프코리아가 지난달 30일자로 계약이 만료돼 게이트고메코리아가 그 자리를 메우게 됐다. 게이트고메코리아는 애초 이달 1일부터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납품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3월 인천공항에 신축하던 공장에 불이 나 기내식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다. 이에 저비용항공사 등에 기내식을 공급하던 샤프도앤코가 임시로 3개월간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공급하게 됐다.
샤프도앤코는 하루 3,000식 정도의 기내식을 생산하던 업체로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수요에 부응하기에는 미흡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여름휴가 성수기에 제공하는 기내식은 하루 3만개에 이른다. 특히 기내식을 제작하고 운반·탑재하는 과정에는 특수 수송 차량과 장비, 숙련된 기술을 갖춘 인력이 필요한데, 업체의 미숙함에 지난 1일 폭우까지 더해져 기내식 탑재가 대거 지연됐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해당 업체는 하루 최대 2만식까지 생산이 가능하다”면서 “외부 업체에서 필요한 물량을 일부 조달해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 측의 설명과 달리 샤프도앤코의 협력사도 물량을 맞추는데 여력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2일에는 샤프도앤코의 협력업체 대표 A씨가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아시아나항공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샤프도앤코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내에서 아시아나항공 규모의 기내식을 공급할 수 있는 업체는 대한항공 기내식 사업본부와 기존 기내식 공급업체 LSG스카이셰프코리아 뿐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샤프도앤코와 계약을 맺기 전 LSG스카이셰프코리아에 단기 공급 계약을 타진했으나 불발됐다. 아시아나항공은 LSG스카이셰프코리아에 새 기내식 공급자로 선정된 게이트고메코리아를 통해 계약하라고 요구했지만, LSG스카이셰프코리아는 관세법 규정 등을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공급업체 변경 배경도 논란을 빚고 있다. 아시아나항공과 LSG스카이셰프코리아는 5년마다 계약을 갱신해왔지만 이번에는 이뤄지지 않았다. LSG스카이셰프코리아는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공급 계약 협상 과정에서 금호홀딩스가 발행한 1,6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사달라고 요구했다”며 작년 9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해 현재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2016년부터 계약 갱신을 빌미로 지주사인 금호홀딩스(현 금호고속)에 대한 투자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반면 게이트고메코리아의 모회사 HNA그룹(하이난항공그룹)은 지난해 금호홀딩스가 발행한 BW를 1,600억원에 취득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은 “BW 취득은 그룹 대 그룹 간 이뤄진 것이며, 아시아나항공은 경영상 더 유리한 조건에 따라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권혁준인턴기자 hj779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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