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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정의 톡톡 월드컵] 패스만 하다 집에간 스페인, 음바페 질주에 무너진 아르헨

<8> '소유'서 '속도 축구'로 회귀

점유율 75% 티키타카도 못 이기고

빠른 공격수에 아르헨 수비 초토화

90년대 '레트로 전술' 업그레이드

지난 2일(한국시간) 러시아와의 16강전 승부차기에서 패배한 뒤 허탈해하는 스페인 선수들.   /모스크바=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월드컵 16강전의 공통분모는 볼 소유가 절대 우세와 결과로 직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8경기 중 90분 내에 승부가 갈린 경기에서 점유율의 우세를 승리로 연결한 팀은 일본을 꺾은 벨기에(56%)가 유일했다. 높은 볼 점유율에 기반한 ‘티키타카’로 지배하며 이기는 방식의 상징이었던 스페인(75%)을 비롯, 아르헨티나(59%)와 포르투갈(61%)처럼 기술 우위를 추구하는 팀은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도 모두 패했다. 기술 축구의 또 다른 본산인 브라질(47%)은 점유율을 어느 정도 유보하는 대신 높은 지점에서의 역습과 공격 속도를 살리는 타협으로 멕시코를 넘었다.

위르겐 클로프 리버풀 감독이 점유율에 대항해 내놓은 파훼(破毁)법인 전방 압박도 이번 대회에서는 많이 보이지 않았다. 8강에 오른 팀 중 우루과이·스웨덴·러시아는 잘 통제된 수비를 깊게 배치하고 측면을 이용한 빌드업과 최전방의 높이를 살리는 클래식한 전술을 썼다. 공간을 최대한 지우고 상대 실수가 나오면 팀과 개인의 속도를 살린 역습으로 이득을 봤다.

러시아월드컵 8강 진출 확정에 기뻐하는 러시아 대표팀 선수들. /모스크바=타스연합뉴스


러시아가 스페인을 누른 경기는 이러한 흐름을 보여준 대표적인 경기였다. 스페인은 무려 1,137개의 패스를 시도했고 91%인 1,031개를 성공시키는 경이로운 개인 기술의 정확도를 보여줬다. 하지만 러시아는 팀 전체가 146㎞를 뛰며 대항했다. 패스는 스페인의 5분의1 수준에 불과했지만 공을 차단한 횟수는 비슷했다. 활동량으로 상대의 전술적 노림수를 끊어버린 것이다. 1,000개가 넘는 패스를 인내한 체력과 상대를 흔든 역습의 속도는 가치 있는 대응책이었다.

프랑스가 아르헨티나를 꺾는 방식도 흡사했다. 키워드는 속도였다. 아르헨티나는 프랑스의 1.5배가 넘는 패스를 구사했다. 하지만 프랑스는 응골로 캉테와 블레즈 마튀디를 중심으로 상대의 빌드업을 차단한 뒤 킬리안 음바페의 속도를 살렸다. 프랑스는 아르헨티나보다 7회 많은 35회의 볼 차단을 기록했다. 최고 시속 38㎞/h의 음바페는 역습 때 아르헨티나 진영 곳곳의 공간을 휘저었고 2골을 직접 넣고 1개의 페널티킥을 유도했다.



월드컵에서 조직력의 완성도는 점점 낮아진다. 선수들은 대표팀보다 소속팀에서 훨씬 많은 시간을 보낸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클럽의 반발과 선수 부상을 의식해 대표팀이 훈련에 투자할 시간을 점점 축소시키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각 팀이 승리 확률을 높일 방법은 규율 잡힌 수비와 체력·속도에 있다. 공격 전술은 개인의 능력에 점점 의지한다. 한국이 독일을 꺾는 파란을 일으킬 때도 같은 방식이었다.

축구의 흐름은 돌고 돈다. 그 안에서 진화한다. 2010남아공월드컵을 전후로 자리 잡았던 소유의 시대는 저물어간다. 1990년대 말부터 유행했던 체력과 속도의 축구가 한층 업그레이드돼 돌아왔다. 한국 축구는 그 흐름을 주시하고 있을까. 이번 월드컵을 준비하는 동안 ‘소유의 축구’에 집착했던 외국인 감독에게 3년을 맡겼던 선택에 질문한다. /서호정 축구칼럼니스트

※서울경제신문은 2018러시아월드컵 시즌을 맞아 서호정 축구칼럼니스트의 글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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