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 국경을 이루는 아무르강(중국명 헤이룽강) 북쪽 평원 취락유적에서 발해 토기 조각이 발견됐다.
토기가 나온 트로이츠코예 취락유적에서 백두산까지 직선거리는 약 1,000㎞로, 발해가 영향력을 떨친 영역이 학계 견해보다 훨씬 넓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전통문화대(총장 김영모) 부설 북방문화연구소는 6월 23일부터 7월 2일까지 러시아 아무르주 평원에 남은 고고학 유적을 조사한 결과, 발해 수도였던 상경성이나 발해 유적인 크라스키노 성에서 나온 토기와 매우 유사한 토기 조각 9점을 찾았다고 6일 밝혔다.
조사 지역은 제야 강과 부레야 강 사이에 있어 아무르 제부평원 혹은 서(西)아무르평원이라고 불린다. 인근에 1921년 무장독립군이 대규모로 목숨을 잃은 자유시 참변이 일어난 스보보드니, 아무르주 주도인 블라고베셴스크가 있다.
발해고고학 전공인 정석배 북방문화연구소장은 “발해 토기를 보면 트로이츠코예 지역에 발해인들이 실제로 거주했고, 발해 영역이 서아무르평원까지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헌에 나오는 ‘발해 방 5,000리(사방 5,000리)’라는 표현에 주목하면서 “발해 첫 도읍인 구국과 영주 사이가 2,000리라는 기록이 있다”며 “오늘날 구국은 둔화(敦化)이고 영주는 차오양(朝陽)인데, 두 도시 사이 거리가 약 650㎞”라고 설명했다. 정 소장은 “2,000리가 650㎞라면, 5,000리는 1,600㎞를 넘는다”며 “발해 방 오천리라는 표현을 기준으로 하면 트로이츠코예 취락유적은 발해 영역에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아무르 제부평원에서는 지금까지 말갈계 유물이 주로 나왔다”며 “이번에 찾은 토기는 회색과 흑회색 윤제(돌림판이나 물레로 제작) 토기로 상경성에서 출토된 토기와 문양, 색조, 재료, 경도가 일치한다”고 부연했다.
많은 발해 연구자는 발해 북쪽 영역이 하얼빈에서 쑹화강을 거쳐 하바롭스크 남쪽으로 이어진다고 보는데, 트로이츠코예는 이보다 훨씬 북쪽에 있다.
이번 조사는 연구소가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진흥사업단 지원을 받아 진행 중인 ‘발해 네트워크의 역사적 위상’ 과제와 관련해 이뤄졌다.
정 소장은 “트로이츠코예 취락유적을 발굴하면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에는 동(東)아무르평원 지역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홍승희인턴기자 shhs95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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