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앞날에 대한 경보음은 이미 올봄부터 켜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산업활동 동향에서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소비와 투자가 급격히 추락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소매판매가 4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한 것도 걱정되는 대목이지만 미래의 성장동력인 설비투자마저 3개월 연속 쪼그라든 것은 더 문제다. 장기호황을 구가하는 반도체 생산마저 뒷걸음질친 것은 여간 우려스러운 일이 아니다. 실물경기의 바로미터인 고용상황은 최근 통계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재앙 수준에 가깝다는 것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설상가상으로 유가·금리 상승 충격에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등 해외발 악재마저 겹쳤다. 투자와 생산·소비·고용 등 수출을 제외한 거의 모든 경기지표가 잿빛투성이니 그야말로 내우외환이 아닐 수 없다. 경기하강 리스크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급전직하할 우려가 크다. 이미 현대경제연구원은 경기가 ‘후퇴’에서 ‘침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며 내수불황을 경고한 바 있다.
나라 안팎에서 경고등이 켜졌는데도 정부의 대응은 이렇다 할 게 없다. 오히려 나 홀로 경기 낙관론을 굽히지 않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정부는 공식 경기평가인 그린북에서 ‘경기회복 흐름 지속’을 7개월째 고수하고 있다. 위험하고 무책임한 일이다. 더 늦기 전에 냉정한 경기인식을 바탕으로 성장 엔진을 다시 데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실기하면 치유는 어렵고 비용도 더 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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