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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경기흐름 느려지고 있다'는 KDI의 경고

경기 흐름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고가 나왔다. 국책연구기관인 KDI는 7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수출이 비교적 견실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으나 내수 증가세가 약해지면서 전반적인 경기개선 추세가 완만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KDI의 이번 경기평가는 지난달과 비교하면 확연하게 경기둔화 쪽으로 기울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내수는 ‘증가 둔화’에서 ‘약화’로, 수출은 ‘견실한 모습’에서 ‘비교적 견실한 흐름’으로 각각 표현이 달라졌다. ‘완만한 성장세’라는 문구도 빠졌다.

우리 경제의 앞날에 대한 경보음은 이미 올봄부터 켜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산업활동 동향에서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소비와 투자가 급격히 추락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소매판매가 4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한 것도 걱정되는 대목이지만 미래의 성장동력인 설비투자마저 3개월 연속 쪼그라든 것은 더 문제다. 장기호황을 구가하는 반도체 생산마저 뒷걸음질친 것은 여간 우려스러운 일이 아니다. 실물경기의 바로미터인 고용상황은 최근 통계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재앙 수준에 가깝다는 것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설상가상으로 유가·금리 상승 충격에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등 해외발 악재마저 겹쳤다. 투자와 생산·소비·고용 등 수출을 제외한 거의 모든 경기지표가 잿빛투성이니 그야말로 내우외환이 아닐 수 없다. 경기하강 리스크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급전직하할 우려가 크다. 이미 현대경제연구원은 경기가 ‘후퇴’에서 ‘침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며 내수불황을 경고한 바 있다.



나라 안팎에서 경고등이 켜졌는데도 정부의 대응은 이렇다 할 게 없다. 오히려 나 홀로 경기 낙관론을 굽히지 않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정부는 공식 경기평가인 그린북에서 ‘경기회복 흐름 지속’을 7개월째 고수하고 있다. 위험하고 무책임한 일이다. 더 늦기 전에 냉정한 경기인식을 바탕으로 성장 엔진을 다시 데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실기하면 치유는 어렵고 비용도 더 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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