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 참패로 물러났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10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같은 날 한국당은 당사를 영등포로 옮기며 여의도 생활을 정리했다. 여의도 복귀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구체적인 시기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홍 전 대표는 자신을 향한 비난과 책임론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만큼 잠시 정계를 떠나 휴식기를 갖고자 이날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떠났다. 그는 출국에 앞서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내 계파 갈등과 관련해 “치열하게 내부논쟁을 하고 종국적으로 하나가 돼 건전한 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홍 전 대표는 향후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독설에 가까울 정도로 정부를 비난했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는 9월 말께 추석 전후로 귀국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제사를 지내기 위해 돌아와야 한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정계복귀 시점을 올 연말로 보느냐’고 묻자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추석 귀국에 대해 당내 반발이 있다’는 질문에 “어이가 없다. 나는 일반당원에 불과하다”고 말했고 ‘복귀 시점을 언제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는 “기자 여러분이 정해달라”며 여지를 뒀다.
같은 시간 한국당은 영등포구 영등포동 우성빌딩으로 당사를 이전하고 현판식을 열었다. 탄핵 정국 이후 당세가 기울고 의석수 감소로 재정에 어려움을 겪자 당 쇄신 차원에서 당사 이전을 결정했다. 당사는 2개 층만 임대했고 사무기능의 대부분은 국회 본관으로 이전했다. 한국당은 11년간 여의도동 한양빌딩을 당사로 사용해왔다. 한양빌딩은 김대중·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배출해 명당으로 자리매김한 곳이다.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두 명의 대통령을 배출하고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을 이룬 보수정당의 여의도 생활을 마무리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언제쯤 다시 여의도에 당사를 둘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국민이 새로운 기회를 주실 때까지 혹독한 세월을 보내야 한다. 여의도 시절을 너무 빨리 그리워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영종도=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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