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투자은행(IB)으로 월가를 호령해온 골드만삭스가 창립 150주년을 앞두고 데이비드 솔로몬(56) 사장(COO)을 최고경영자(CEO)로 공식 지명하며 새 시대를 예고했다. 골드만삭스는 전통의 IB 강자지만 최근 금융시장 변화를 선도하지 못해 성장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아 솔로몬 CEO의 새 리더십이 어떤 혁신을 몰고 올지 주목된다.
골드만삭스는 17일(현지시간) 솔로몬 사장이 오는 10월부터 CEO로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돌파하며 골드만삭스를 이끌어온 로이드 블랭크파인(64) CEO는 9월 말 12년간 지켜온 월가 황제 자리에서 내려온다. 다만 이사회 의장직은 솔로몬 CEO의 연착륙을 위해 연말까지 맡기로 했다.
솔로몬의 CEO 등극은 지난 3월 사실상 결정됐지만 승계시점은 당초 예상됐던 올해 말보다 다소 앞당겨졌다. 이날 공개된 2·4분기 실적이 예상을 웃도는 호조를 보이자 블랭크파인 CEO가 홀가분한 심정으로 퇴임식을 앞당긴 측면이 있다. 또 내년 창립 150주년을 앞두고 지배체제를 안정화해 미리 변화를 준비한다는 의미도 담겼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2·4분기 순익이 전년 대비 40% 급증한 25억7,000만달러를, 매출액은 19% 늘어난 94억달러를 각각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인수합병(M&A) 자문과 기업공개(IPO) 등 IB 부문의 매출이 18% 증가한 20억5,000만달러에 달하고 자기자산운용 및 관리 부문의 수익도 20% 늘어나 기업금융과 고액 자산가들에 특화된 경쟁력을 재확인했다.
다만 오랜 수익원인 주식·채권·원자재 트레이딩 부문의 성장세가 감소하고 있는데다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줄면서 향후 사업 확장이 만만치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성장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주가는 연초 대비 9%가량 떨어진 상태다. 경쟁사인 JP모건이나 BoA메릴린치·씨티그룹에 비해 소매금융의 사업기반이 취약해 트레이딩 사업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찮다.
이 때문에 솔로몬 지명자는 소비자금융 부문에서 CEO로서의 첫 번째 시험대를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골드만삭스는 2008년부터 소매금융의 경쟁력 강화를 꾀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30년간 IB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솔로몬 지명자는 지난 4월 개인금융 스타트업을 1억달러에 인수하며 소매금융 육성에 시동을 걸었지만 성과는 미지수다.
솔로몬 지명자는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고급 식당을 좋아하는 고액 연봉의 뱅커들과 달리 퇴근 후 전자음악을 즐기며 ‘D솔’이라는 가명으로 맨해튼 곳곳의 클럽을 DJ로 누비는 것으로도 유명해 월가의 직장문화에 몰고 올 변화의 바람도 관심사 중 하나다./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