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지난 6월12일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 이후 오는 8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이 중단됐다. 향후 추가 회담의 결과에 따라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심지어 주한미군 축소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방부가 추진해온 ‘국방개혁 2.0’도 최근의 안보상황의 변화에 맞게 재검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14년 1차 세계대전 이후 100여년간 전 세계 방위산업의 가장 큰 전환점은 1990년대의 소련 붕괴였다. 이후 탈냉전이 가속화하면서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국방예산이 30% 이상 감소했다. 선진국들은 이를 자국 방위산업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삼았다. 미국은 ‘최후의 만찬(Last Supper)’ 정책으로 5년 내 방산 업체의 절반을 줄이는 대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현재 세계 1·2위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과 보잉, 노스롭그루먼(5위) 등이 이 시기에 탄생했다. 영국도 마거릿 대처 총리의 ‘거친 사랑(Tough Love)’ 정책에 따라 방산물자 독점 금지, 원가보상제도 폐지, 국방연구소(DERA) 민영화 등 대대적인 혁신정책을 관철시켰다. 이를 통해 BAE사는 세계 3위의 방산 업체로, 키네틱사는 세계 70위권의 국방시험평가 전문 업체로 재탄생했다. 이스라엘은 더욱 극적이다. 소위 ‘질적 우위(Qualitative Edge)’ 정책으로 첨단 레이더·미사일 등 전략무기 개발에 집중함과 동시에 수출중심 정책으로 전환했다. 2017년 무기수출액(계약기준)은 무려 90억달러를 넘었다. 우리나라의 3배 수준이다.
급변하는 한반도 안보환경의 변화 속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위산업 정책의 방향은 무엇인가. 결론적으로 국내 방위산업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먼저 무기획득 여부를 좌우했던 소요군(所要軍)의 전력화 시기 시급성 문제는 전략·비닉(비밀스럽게 감춤) 분야를 제외하고는 크게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북핵·미사일 위협에 시급히 대응하기 위해 상당 부분 해외 직도입이 우선시된 것도 사실이다. 이제부터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내 개발역량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 단순한 해외 직도입보다 공동개발이나 현지생산 방식으로 기술력 축적과 일자리 창출에 힘써야 한다. 특히 무기 개발시 핵심부품들도 병행 개발함으로써 ‘무늬만 국산’이라는 평가에서 벗어나야 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12개 주요 방산완제품 내 46개 핵심부품의 기술경쟁력은 선진국의 71%에 불과하다. 전차 파워팩, 전투기 엔진, 항전장비 등에 대한 높은 수입 의존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한다.
수출산업화도 더욱 강력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 대규모 장치산업적 특성을 가진 방위산업에서 규모의 경제 확보는 필수다. 그동안 내수 위주의 개발 방식에 따라 글로벌 수요를 고려한 무기 개발이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초기 단계부터 수출시장을 고려한 제품 개발, 공동개발 파트너를 찾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군 작전요구성능(ROC)도 시대 변화에 맞게 진화적 방식으로 전면 개편해 최신 기술의 적용을 용이하게 하고 개발기간을 단축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도모해야 한다. 남북 평화체제 구축 기조가 계속될 경우 한정된 내수 수요만으로는 방위산업의 성장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남북협력과 비핵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한반도의 안보환경 변화에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난 60여년간의 부단한 노력의 결과로 우리나라는 세계 10위의 방위산업 국가이자 방산 수출 신흥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견고한 제조업 역량과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을 적극 활용해 첨단 무기체계 개발역량을 높이고 수출산업화를 촉진함으로써 방위산업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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