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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를 지킵시다] '안하무인' 인도서 자전거 질酒…'비틀비틀' 술독에 빠진 산행

'자전거 전용도로보다 안전' 인식에

인도 주행 늘어 보행자 사고 증가세

'음주등산은 낭만이야' 풍토 만연

산행 시비·음식물 버리기 다반사







22일 오전 서울 종로 거리 인도에서 한 자전거가 사람들 사이로 주행하고 있다./송은석기자


# 지난 21일 늦은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 자전거 탑승객 한 명이 요란하게 자전거 벨을 울려대며 인도를 질주하고 있었다. 바로 건너편에 자전거전용도로가 있었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주말이라 거리는 어린아이와 함께 나들이를 나온 이들로 북적였지만 자전거 페달을 밟는 속도는 줄어들지 않았다. 자전거는 인도를 걷던 청년 무리와 부딪힐 뻔하면서 갑작스레 방향을 틀다가 옆으로 넘어졌다. 자전거 이용자는 안전 헬멧조차 쓰지 않아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이 장면을 지켜본 우수인(60)씨는 “바로 옆에 자전거도로가 뻔히 있는데 구태여 사람들이 다니는 길을 골라 다니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혀를 끌끌 찼다.

# 6월 서울 관악산을 찾은 안선미(가명)씨는 큰 부상을 당할 뻔했다. 안씨 앞을 걷던 등산객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지면서 안씨와 부딪힐 뻔했기 때문이다. 원인은 술이었다. 안씨는 “다행히 그 등산객과 거리를 두고 있어 부딪히지는 않았지만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며 “음주운전에는 다들 발끈하면서 음주등산은 일종의 낭만으로 여기는 풍토가 문제”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등산과 자전거를 즐기는 인구가 각각 3,200만명, 1,300만명에 달하는 등 아웃도어 인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사고 건수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정부가 산행 중 음주를 금지하는 등 적극적인 개선 노력을 보이고는 있지만 이용자 스스로 인식을 바꾸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안전부 재난연감에 따르면 2012년 6,020건이던 등산 사고 건수는 2016년 7,472건으로 24%나 늘었다. 자전거 사고도 마찬가지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자전거 탑승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 건수가 2013년 4,249건에서 지난해 5,659건으로 33%나 늘었다. 같은 기간 사망자 수 역시 101명에서 126명으로 24%나 증가했다.

자전거의 경우 보행자와 갈등을 빚는 인도 주행이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다. 도로교통법은 어린이나 노인·신체장애인을 제외하고는 자전거가 인도가 아닌 차도나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운전자가 자전거에서 내린 채 자전거를 끌고 가야 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자전거아카데미 관계자는 “초보자의 경우 자전거도로나 차도보다는 인도에서 운전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해 인도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자전거를 타다 사람과 부딪히면 보행자의 피해가 큰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음주주행도 문제다. 동료들과 자전거 코스를 돌고 나서 분위기를 즐기려고 술잔을 기울이거나 집 근처에서 술을 마신 후 자전거를 이용해 귀가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이규섭 ‘자전거로출퇴근하는사람들’ 부회장은 “레저활동으로 자전거를 타는 이들 중 함께 라이딩을 즐기는 이들과 술 한잔씩 나눈 후 귀가하는 일이 종종 있다”며 “야간에는 시야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데다 앞에 장애물이 나타났을 때 피하는 반사신경도 둔화돼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음주등산도 대표적인 민폐로 손꼽힌다. 술에 취한 등산객이 다른 등산객에게 시비를 걸거나 음식물을 버리고 가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특히 술에 취한 등산객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거나 거리나 방향감각, 날씨와 시간 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일어나는 사고가 많은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국립공원의 한 관계자는 “요즘 쓰레기나 안전거리 유지 등 기본 에티켓은 많이 나아졌지만 음주산행 문화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휴가철이나 단풍철처럼 등산객이 몰리는 시기에 빈번해지는 새치기와 부주의한 등산스틱 사용 등도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임현주 한국등산학교 강사는 “산악용 스틱이 유행이지만 정작 보관법이나 사용법을 숙지하지 못해 발생하는 사고가 적지 않다”며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프로텍션’이라는 마개나 스틱 주머니로 스틱을 감싸 보관하고 산행할 때는 부상을 초래하지 않도록 스틱을 앞뒤로 휘두르는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등산 사고가 잇따르자 정부는 관련 법령을 정비하며 안전 강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3월부터 국립공원과 도립공원의 대피소와 탐방로, 산 정상부 등 지정된 장소에서 음주를 금지하도록 자연공원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번 개정안은 6개월간의 계도기간을 거친 후 오는 9월부터 시행된다. 자전거의 음주주행을 금지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도 9월 말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실효성을 두고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여전히 ‘산에서 마시는 막걸리’나 ‘라이딩 후 마시는 맥주 한잔’을 낭만으로 여기는 문화에다 처벌 규정도 미약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대적인 인식 개선 캠페인을 통해 우리 사회의 안전의식을 전면 제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자전거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이미란씨는 “그동안 정부가 자전거도로와 같은 인프라 설치에 신경을 썼다면 이제는 시민들이 인프라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심우일·김연하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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