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계엄령 문건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보고를 받고서 이 같이 밝히며 “기무사 개혁 테스크포스(TF) 보고 뒤 그 책임의 경중에 대해 판단하고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언론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중 ‘ 잘잘못을 따진다’는 것에는 경질도 포함됐다고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일단 책임을 따져보고 그에 따라 (문 대통령이) 판단하실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그간 송 장관이 국회 등에서 말실수 논란 등을 일으킬 때에도 인내하며 신임해왔다. 특히 최근에는 해병대용 국산헬기 마린온 사고와 관련해 국회에서 답변하는 과정에서 사고 희생자 유족들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켰지만 청와대 참모들은 “그래도 국방개혁을 추진하려면 송 장관만 한 사람이 없다”거나 “후임으로 국방장관에 앉힐 만한 대안이 없다”며 유임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어왔다. 하지만 최근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송 장관이 문 대통령 및 청와대에 제대로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 등이 일면서 문 대통령의 신임에도 금이 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확인된 기무사 내부 보고서가 송 장관에게 치명타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한기무사령부 소속 100기무부대장인 민병삼 대령은 송 장관이 9일 간부들과 가진 부처내 간담회 자리에서 “위수령 문건의 최악의 사태에 대비한 것이기 때문에 잘못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곧바로 송 장관은 “완벽한 거짓말”이라고 반박했으나 이튿날 국방위에선 송 장관이 “위수령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고 발언한 내용이 담김 기무사 보고서가 확인됐다. 해당 문건에는 “위수령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법조계에 문의해보니 최악의 사태에 대비한 계획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한다. 장관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다만 직권남용에 해당되는지 검토하기 바란다”는 취지로 말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는 게 여야 국방위원들의 전언이다. 해당 문건은 민 대령이 간담회 당일 회의에 참석해 송 장관의 발언을 자필 메모한 뒤 PC로 작성해 이석구 기무사령관에게 보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송 장관은 “위수령 검토 문건 중 수방사 문건이 수류탄급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면 기무사 검토 문건은 폭탄급인데 기무사에서 이철희 의원에게 왜 줬는지 모르겠다”고도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기무부대 요원들이 BH(청와대)나 국회를 대상으로 장관 지휘권 밖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용인할 수 없다. 그래서 기무사를 개혁해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돼 있다. 국방부는 해당 보고서에 대해 “사실이 아님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고 반박했지만 송 장관에 대한 대내외신뢰도는 이미 크게 상처를 입은 상태다.
한편 문 대통령은 26일 계엄령 문건 논란 관련 보고를 받은 후 “문제의 본질은 계엄령 문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으로, 왜 이런 문서를 만들었고 어디까지 실행하려 했는지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하며, 합동수사단의 철저한 수사가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는 송 장관의 경질 여부 문제로 자칫 기무사가 해당 문건을 쿠데타 실행까지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인지에 대한 진실규명이 흐려질 수 있음을 우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른바 계엄령 문건이 공개된 뒤 여러 논란이 이어지고 있고, 국회 국방위에서 진실 공방까지 벌어져 국민에게 큰 혼란을 주고 있다.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가닥을 잡아서 하나하나 풀어갈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기무사 개혁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며 “기무사 개혁 태스크포스(TF)는 논의를 집중해 기무사 개혁안을 서둘러 제출해주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기무사 개혁 TF가 이미 검토를 많이 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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