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창간특별기고] 한국경제, 정치의 덫 벗어나야 산다

최저임금 인상·근로시간단축 등

주요정책 되레 경제난 가중시켜

이념잣대 벗어나 규제 개혁하고

시장 논리 따라 산업 혁신해야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초빙교수·전 고려대 총장





한국 경제가 좌초 위기에 처했다. 대외적으로 경제가 미중 무역전쟁의 포로로 잡혀 수출의 길이 막히고 있다. 7월6일 미국과 중국은 500억달러 규모에 25%의 보복관세를 서로 부과하는 관세전쟁을 시작했다. 곧이어 양국은 무역의 핵심변수인 환율을 놓고 다투는 통화전쟁에도 시동을 걸었다. 한국의 수출이 집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내적으로는 경제가 주요 산업의 부실로 성장동력과 고용 창출 능력을 동시에 잃고 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부채가 많은 한계기업과 서민가계가 동반 부도의 위험에 빠진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는 일자리를 민간이 만든다는 것은 고정관념이라고 밝히고 정부가 시장을 대신해 경제를 직접 살리는 관주도정책을 펴고 있다.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인위적으로 고용과 소득을 늘리는 소득주도성장이 대표적인 정책이다.

시장기능을 배제한 경제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정부의 정책시행 이후 경제가 오히려 악화일로다. 지난해 3%를 회복한 성장률이 올해 다시 2%대로 떨어졌다. 취업자 증가가 지난 2월부터 5개월 연속 10만명대 이하를 기록했다. 지난 1년간 상위 20% 가구의 소득은 9.3% 증가한 반면 하위 20% 가구의 소득은 8.0% 감소해 빈부 격차도 커졌다. 정부의 재정 팽창으로 세금 낭비도 많다. 올해 정부는 428조8,000억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의 예산을 편성했다. 그러나 경기 침체는 더 심하다. 더욱이 정부는 지난 2년간 일자리 사업에 33조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그럼에도 30만명대를 기록하던 취업자 증가가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자칫하면 경제와 정부가 함께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경제정책이 정치의 덫에 걸린 것이다. 정치인들은 경제정책을 집권이나 정권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다. 선거 때만 되면 모든 후보는 여야를 막론하고 득표를 위해 인기영합 공약을 남발한다. 치열한 싸움 끝에 선거가 끝나면 집권세력은 권력과 인사를 독차지한다. 경제정책은 정치논리의 지배를 받는다. 특히 문제가 정권의 이념 성향이다. 보수정권은 성장, 진보정권은 분배라는 이분법이 경제정책의 성격을 좌우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 기조가 흔들려 경제가 방향을 잃는다. 현 정부는 노동자와 서민계층의 지지가 많은 진보정권의 성격을 띤다. 성장보다 분배를 중시하는 관주도 경제정책을 펴는 이유다.



중요한 사실은 성장과 분배가 균형을 이뤄 선순환해야 경제가 시장기능에 따라 건전하게 발전한다는 것이다. 경제에 이념이나 인기의 잣대를 대면 시장이 본연의 기능을 잃는다. 최근 한국 경제는 공급 부문이 와해되는 위기를 맞고 있다. 올 들어 제조업 가동률이 70% 수준으로 떨어졌다. 2·4분기 설비투자는 7%나 감소했다. 기업의 폐업이 급증해 지난해 8월 이후 올해 5월까지 종업원 300인 이하 중소업체가 1만8,000개나 사라졌다. 수요 부문은 고용 불안과 가계부채의 이중고에 빈사 상태가 된 지 오래다. 경제가 소득주도성장을 정상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구조다. 정부가 아무리 예산을 투입해도 모래밭에 물 붓기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축소, 근로시간 단축 등 주요 정책들이 거꾸로 노동자와 서민의 경제난을 가중시킨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를 살리는 길은 무엇인가.

정부는 경제의 정치적·이념적 중립을 선언하고 산업 생태계를 혁신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의 정책 기조를 바꾸고 경제팀을 개편해 과감하게 국면을 전환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정부는 부실산업을 시장논리에 따라 정리해 신산업 발전의 길을 열어야 한다. 동시에 규제를 개혁하고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해 벤처와 중소기업이 자유롭게 일어나게 해야 한다. 연구개발(R&D), 첨단 교육, 인력 양성, 산업단지 조성 등 필요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도 서둘러야 한다. 한편 경제외교와 국제협력을 강화해 무역전쟁의 피해를 막고 산업을 보호하는 전략을 펴야 한다. 기업 환경을 개선해 해외 기업도 유치해야 한다. 그리해 기업이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해 근로자와 서민이 잘사는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일부 기업의 불법 비리와 일탈을 기업 전체의 문제로 매도하면 안 된다. 기업은 국민의 삶의 기반인 경제를 이끄는 사회적 기관이다. 일반 기업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필요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