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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중국자본]개도국 SOC에도 中 샤프파워... 스리랑카 등 '부채외교' 희생양

<창간기획-우리에게중국은 무엇인가>

돈 못갚는 나라에 노골적인 대가 요구...'다자외교 룰' 외면

훈센 생명줄 된 차이나머니, 中모델 캄보디아 침투 발판 돼

中에 빚진 파키스탄 IMF에 손 벌릴판...濠는 내정간섭 홍역





# 파키스탄 남부 과다르항. 고대부터 고기잡이배가 모이는 항구였던 이곳은 이제 중국계 자본의 힘으로 컨테이너가 쌓이는 곳이 됐다.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의 중심지임을 드러내듯 과다르항에서 일하는 총 1,000명의 직원 중 절반은 중국인이다. 과다르항을 상업 항구도시로 키우는 것은 파키스탄이 지난 1954년부터 품어온 꿈이지만 에흐산 말리크 파키스탄 기업협의회 최고경영자(CEO)의 표정은 밝지 않다. 그는 “과다르항에서 나오는 수입 중 90%를 중국이 가져가기로 했다”며 “중국의 투자가 ‘게임체인저’인 것은 맞지만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암암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명 ‘샤프 파워(sharp power)’ 전략으로 전 세계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자본 부족에 허덕이는 국가들에 손을 내민 뒤 중국식 정치·경제 발전 모델을 날카롭고 깊숙하게 심어놓는 중국의 국제 경제·외교 정책을 ‘샤프 파워’로 명명했다. 중국은 일대일로 투자를 앞세운 ‘부채외교’로 인프라 개발이 시급한 저개발국들을 포섭해 중국식 권위주의 발전 모델을 퍼뜨리는 한편 호주 등 선진국에는 자원개발 투자를 앞세워 상대국 정치권에 친중 기반을 넓혀왔다. 다만 중국의 샤프 파워 전략은 막대한 부채와 경제주권 침해 우려로 이어지며 개발도상국의 경계를 높이고 있는데다 미국 등 국제사회도 일대일로에 맞선 행동을 시작하고 있어 샤프 파워 전략이 변곡점에 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샤프 파워의 영향력은 최근 총선을 치른 캄보디아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올해까지 33년간 장기 집권한 훈센 총리는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의 폐간을 유도하고 제1야당을 해산시키는 등 노골적인 권위주의 야욕을 드러내왔지만 국민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으며 총선에서 전체 의석 125석을 싹쓸이하는 압승을 거뒀다. 국민들이 독재자 훈 총리에게 지지를 보낸 것은 중국의 투자지원 덕에 2010년 이후 꾸준히 10% 안팎의 성장률을 이어온 경제 성과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도 미국과 일본의 공적개발원조(ODA)를 받으며 성장했던 캄보디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이들이 ODA를 줄이기 시작하자 중국 자본에 기대기 시작했다. 2016년 기준 외국인직접투자(FDI) 총액 11억달러 중 절반이 넘는 7억5,100만달러는 중국계 자본이었다. 중국의 도움 없이는 지금의 경제 성장도 없었다고 믿는 캄보디아 국민들은 친중국 정부의 권위주의 정치에도 관대하다. 지역 통합과 경제 발전을 앞세우며 일대일로를 따라 각국에 도로·철도·발전소를 짓는 중국이 ‘독재라도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중국식 개발 모델까지 함께 수출한 셈이다.



특히 문제시되는 것은 지역 경제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포장돼 각국으로 스며든 중국 자본이 어느덧 해당국의 경제는 물론 정치적 독립성마저 위협하는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는 점이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로 최대 8조달러로 추산되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중국은 상대국이 인프라 건설 자금을 갚지 못하면 군사적·정치적 대가를 요구하며 입김을 행사한다. 지난 10여년 동안 국내총생산(GDP)의 35%에 달하는 자금을 중국으로부터 끌어 쓴 남태평양의 소국 바누아투에는 중국이 군사기지를 건설할 것으로 관측된다. 스리랑카는 중국의 자금으로 함반토타항을 건설했지만 채무상환이 어려워지면서 항구 운영권을 99년 동안 중국 측에 넘겨야 했다. 중국의 도움을 받아 총 620억달러 규모의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 인프라 구축 사업을 벌이고 있는 파키스탄은 재정난으로 국제통화기금(IMF)에 120억달러의 구제금융 요청을 해야 할 판이다.

선진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차이나머니를 반기던 호주는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의 내정간섭 문제가 불거지면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직접적 계기가 된 것은 지난해 7월 샘 데스티에리 노동당 상원의원이 중국 공산당과 연계된 중국계 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받고 정보를 건네준 혐의로 사임한 사건이다. 데스티에리 의원은 평소 남중국해 문제 등에서 중국을 옹호해왔다. 호주 정계에서는 올해 중국의 정치 간섭을 막기 위해 ‘내정간섭 금지법’이 추진되고 있다.

중국 부채외교의 리스크가 부각되자 최근 들어서는 아시아·아프리카 각국에서 중국 자본에 대한 경계심이 고조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올해 5월 친중 성향이 강했던 나집 라작 정권을 몰아내고 정권을 잡은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가 “중국에서 거액의 자금을 빌릴 여력도 없고 갚을 능력도 없다”며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인 동부해안철도(ECRL) 사업을 중단시켰다. 아프리카에서도 인프라 지원을 앞세워 자원을 노리는 중국의 의도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케냐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중국이 투자를 많이 하고 있지만 결국 노리는 것은 아프리카의 자원”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변재현·박효정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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