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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미래 생태계 조성 질주하는 中]대기업, 5만개 창업 지원·사내벤처 200개…유니콘 탯줄된 '혁신의 낙수'

■창간기획-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

창업을 준비하는 중국의 청년들이 임대료 및 각종 편의 시설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베이징 중관춘의 한 카페에서 사업 아이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베이징=이호재기자




중국 대표기업인 화웨이의 선전 캠퍼스 전시관 벽면에는 수백개에 달하는 협력사 로고가 새겨져 있다. 상생을 과시하기 위한 ‘쇼잉(showing)’이겠거니 생각하는 기자에게 케빈 리 화웨이 매니저는 “이들 벤처기업은 단순한 협력사가 아니라 화웨이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동반자”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인즉 이렇다. 화웨이는 5G와 사물인터넷(IoT) 기술 기반의 스마트시티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가령 ‘도시 치안과 안전 개선의 솔루션을 마련해달라’는 공공기관의 요청을 구현할 수 있는 장비 제조기술을 갖고 있지는 않다. 이에 화웨이는 기존에 협력체계를 맺어놓은 하드웨어 업체들과 함께 사업에 진출한다. 대기업이 신시장에 진출하고 벤처기업들이 판로 개척을 뒷받침하는 동반성장 모델을 구축한 셈이다.

화웨이의 사례는 대기업이 이끄는 중국 ‘혁신·창업 생태계’의 단면에 불과하다. 중국 대기업들은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의 든든한 ‘젖줄’ 역할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5조7,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는 레전드캐피털이다. 중국 최대 벤처캐피털(VC)이자 컴퓨터 제조 대기업 레노버그룹의 자회사인 이 회사는 인공지능(AI)·바이오헬스부터 화장품, 양계장 운영 회사까지 혁신의 싹이 보이는 기업이면 업종을 가리지 않고 투자한다. 정보기술(IT) 공룡인 알리바바는 지난해 설립 3년 차인 AI 스타트업 ‘상탕커지’에 8,000억여원을 투자해 주목받기도 했다. 상탕커지는 알리바바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올해 기업가치가 45억달러(약 5조원)를 넘어섰다. 업력이 짧은 스타트업은 투자처를 찾지 못해 정부의 모태펀드 지원만 바라보는 한국의 실정과 대비된다.

레전드캐피털 5조 펀드 통해 투자

화웨이, 수백개 협력사와 시장개척

텐센트, 25개 도시서 창업가 지원

스타트업 젖줄 대기업이 혁신 확산



중국 대기업들은 스타트업의 자재 조달과 투자 연결, 판로 개척 등을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팅·인큐베이팅에도 적극적이다. 한국에서는 정부나 비영리기관이 주로 담당하는 일이다. 텐센트는 지난 2011년부터 전국 25개 도시에 오픈 플랫폼인 ‘중창공간’을 만들어 창업가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곳에서 배출된 회사들의 기업가치는 총 900억위안(약 15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비슷한 역할을 하는 알리바바의 인큐베이션센터는 지금까지 5만여개의 창업팀을 지원했다. 대기업의 사내 벤처 분사, 이른바 스핀오프도 활발하다. 중국 최대 가전업체 하이얼은 2012~2013년 직원 2만6,000명을 해고해 이들을 본사에서 분사한 창업회사로 보냈다. 하이얼이 이렇게 성사시킨 스핀오프는 지금까지 200여곳에 이른다.

중국 경제연구기관 종합개발연구원의 증진 박사는 “중국은 혁신·창업 생태계를 민간이 주도하고 특히 대기업이 큰 역할을 한다”며 “대기업은 단순히 부(富)를 전파하는 게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 혁신을 확산시킨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혁신의 낙수효과’가 활발하다는 얘기다.



이러한 대기업 낙수효과가 어떻게 가능한지는 중국 최대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 잉단을 만든 코고바이 관계자의 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코고바이는 하드웨어 전자상거래 분야의 대기업이다. 이완화 코고바이 매니저는 “잉단 설립은 어떻게 하드웨어 산업을 업그레이드시키는 동시에 모회사 사업인 부품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공익과 이윤 극대화라는 사익을 모두 충족하기 위해 찾은 답이 바로 스타트업 지원이며 이것이 오늘날의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으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中정부 규제 없는 개방정책 원동력

韓은 ‘대기업=통제 대상’ 옥죄기만

여기에 중국 정부의 개방적인 정책도 한몫했다. 중국에는 대기업의 벤처 투자를 막는 규제가 딱히 없다. 덕분에 알리바바는 은행·증권·보험·자산운용업까지 진출할 수 있었다. 텐센트가 지난해 7월 중국의 최대 음악 애플리케이션 차이나뮤직을 인수할 때 중국 정부는 반독점 규제 적용을 검토했으나 ‘일단 투자 효과를 지켜보자’며 인수합병을 용인했다.

반면 한국은 대기업의 벤처·스타트업 투자를 막는 규제들이 빽빽하다. 대기업 지주회사의 벤처캐피털(CVC) 설립을 금지하고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 지분을 100%까지 확보해야 하는 규제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경제신문 특별취재단에 동참한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은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기업의 경영·투자 활동을 옥죄지 않고 선순환의 혁신 생태계를 구축했다”면서 “우리는 ‘대기업은 규제해야 할 대상’이라는 관념에 사로잡혀 이들의 혁신 역량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전·베이징=서민준·구경우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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