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에 이상 신호가 하나둘 켜지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여파가 본격화하면서 생산과 투자 등 실물경기를 알려주는 지표가 예상보다 크게 악화하고 중국 당국이 성장률 둔화의 돌파구로 내세우고 있는 내수도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14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7월 중국의 산업생산·소매판매·고정자산투자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모두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산업생산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6.0% 증가하는 데 그쳐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인 6.3%에 미치지 못했다. 반도체와 철강 생산은 호조를 보였지만 컴퓨터와 자동차 생산은 둔화됐다.
연초 6~7%를 유지하던 고정자산 투자율도 최근 둔화하는 조짐이 뚜렷하다. 올 1~7월 고정자산투자 누적 증가율이 5.5%에 그치며 전망치(6.0%)에 못 미쳤다.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이 5%대로 떨어진 것은 중국이 해당 통계를 작성한 1995년 이후 처음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이 5.5%로 떨어진 것은 미국과의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의 성장동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실물경기에 민감한 소매판매 증가율도 가전 및 자동차 구매 둔화로 8.8%에 그치며 전월치(9.0%)와 전망치(9.1%)를 각각 밑돌았다. 올 들어 소매판매 증가율이 8%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5월(8.5%)에 이어 두 번째다. 부진한 수출실적을 보충해줄 수 있는 소비마저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4분기 도시 소비자의 소비 증가율이 4.7%에 그쳐 2014년 1·4분기의 7.3%에 비해 2.6%포인트나 감소했다”면서 “중국이 내수로 무역전쟁을 극복하려 하지만 오히려 내수조차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통계국도 경제 둔화가 고착화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통계국은 “국내외 경제환경이 복잡해지고 심각해지면서 중국의 경제운행은 안정 속에서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실물경제 둔화 조짐 속에 은행 부실대출(NPL)은 지난 석 달 사이 30조원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4분기 말 중국 상업은행들의 NPL은 총 1조9,600억위안으로 전 분기 대비 1,830억위안 늘었다. 일각에서는 최근 중국 정부가 경기활성화 차원에서 은행권에 적극적인 대출을 주문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분기 NPL 증가율은 10여년 만에 최고 수준이라고 전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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