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중에 드론을 띄워도 될까요? 대표팀트레이닝센터(파주NFC)에 별도 사무실을 만들어줄 수 있나요?”
한국의 축구대표팀 새 감독에 선임된 파울루 벤투(49·포르투갈) 전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은 김판곤(사진) 대한축구협회 감독선임위원장과의 면접에서 이렇게 먼저 물어왔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17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벤투 감독과 오는 2022카타르월드컵까지 4년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 연봉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의 15억원을 넘는 역대 외국인 감독 최고 대우인 것으로 알려졌다. 벤투 감독은 스포르팅 시절 포르투갈리그 네 차례 준우승을 이끌고 포르투갈 대표팀을 유로2012 4강과 2014브라질월드컵 본선으로 안내했다. 20일에 입국하며 다음달 7일 코스타리카, 11일 칠레와의 평가전 때 지휘봉을 잡는다.
김 위원장은 이날 거의 1시간 동안 ‘플랜B’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며 벤투가 꽤 믿을 만한 감독임을 설득해야 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벤투 선임이 알려진 지난 16일부터 키케 산체스 플로레스(스페인)를 데려오지 못한 데 대한 실망을 감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입 후보 중 한 명이던 키케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 감독이다. 네티즌들은 또 중국리그 충칭에서 최근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벤투의 경력도 문제 삼았다.
김 위원장은 “유력하게 생각했던 한 후보는 그의 집에까지 가서 만났는데 가족과 떨어져서 4년여를 한국에서 지내는 데 대한 어려움을 얘기했다. 한국 축구에 대해서도 솔직히 모른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한 후보’는 키케가 확실하다. 김 위원장은 “선수도 기성용 정도만 안다고 했다. 우리가 생각했던 모습과 괴리가 컸다”며 “대리인이 최대 예산을 묻기에 누구에게도 제시하지 않았던 최대 금액을 얘기했는데도 그 정도로는 안 된다고 했다. 현실의 벽은 상당히 높았다”고 돌아봤다.
벤투가 중국리그에서 나올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접촉에 나섰다는 김 위원장은 벤투 개인뿐 아니라 ‘팀’에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 등 4명의 코치도 함께 한국에 온다. 이들은 포르투갈 대표팀 시절의 훈련 영상부터 그리스 올림피아코스, 중국 충칭에서의 영상까지 모두 보여주며 한국 대표팀을 어떤 식으로 지도할지 설명했다. 입체적인 분석을 위해 훈련 중 드론을 띄워도 되는지 묻거나 4년 뒤 월드컵에 대비하려면 17세 이하 선수들부터 봐야 하는데 그러려면 일이 무척 많을 테니 훈련장에 사무실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진정성이 돋보였다고 한다.
중국에서의 실패에 대해 김 위원장은 “실패는 인정하지만 충칭의 전력이 워낙 좋지 않았던 것도 있다. 결과와 달리 공격적인 부분의 발전도 확인했다”면서 “세계적으로 포르투갈 지도자들의 훈련 방법이 대세다. 상대에게 치명적일 공격을 먼저 제시하는 그들의 방식이 우리 대표팀 선수들의 갈증을 해결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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