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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옥영의 경매이야기]소장자 프리미엄 등 수많은 변수...6,000만弗 →1.1억弗 낙찰가 '껑충'

바스키아 그림이 추정가 2배에 팔린 이유

유명인 소장품 경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큰관심 끌어

'부동산 거물'의 컬렉션인 바스키아 '무제' 작가 최고가 기록

미국의 요절한 천재화가 장 미셸 바스키아의 1982년작 ‘무제’. 지난해 5월 뉴욕 소더비에서 추정가 6,000만 달러를 훌쩍 넘겨 1억 1,050만 달러에 팔리면서 작가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사진제공=소더비




지난 2016년 11월 런던 소더비에서 열린 데이비드 보위 컬렉션 경매의 한 장면. /사진출처=소더비


오는 10월 경매회사 소더비는 지난 2014년 사망한 배우 로빈 윌리엄스와 그의 이혼한 전 부인 마샤의 소장품 경매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죽은 시인의 사회’, ‘미세스 다웃파이어’와 ‘굿 윌 헌팅’ 등에 출연하고 열연한 배우 겸 코미디언이었던 그는, 결국은 헤어졌지만 전성기를 함께 했던 부인 마샤와는 90년대에 함께 영화 제작사를 설립해 흥행 영화들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번 경매에는 그들이 소장했던 시계와 영화 의상 등 대부분 비 미술품으로 구성되며 수익금은 여러 단체에 기부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2016년 말에는 그해 사망한 팝 스타 데이빗 보위의 소장품 경매가 런던 소더비에서 열려 무려 6만명에 가까운 관객을 불러모으는 대대적인 흥행 속에 총 4,100만 달러의 낙찰 총액을 기록했다. 앞서 2011년과 2012년 뉴욕 크리스티에서는 타계한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소장품 경매가 열려 그녀가 소장했던 미술품과 보석, 의상 등이 총 1억 8,400만 달러의 판매가를 기록했다. 또한 2009년에는 한 해 전 사망한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이자, 수준 높은 미술품 수집가이기도 했던 이브 생 로랑의 소장품 경매가 크리스티 주관으로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려 엄청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3억 8,000만 유로에 달하는 단일 컬렉션 경매 최고 낙찰 총액 기록을 썼고, 이는 올 상반기에 미술경매 시장을 뜨겁게 달군 데이비드 락펠러의 소장품 경매가 총 낙찰가액 8억 3,000만 달러를 거둬들이기까지 최고 기록의 자리를 지켰다.

이처럼 유명인의 사후 그의 컬렉션을 정리하는 소장품 경매는 경매 회사들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것 중 하나다. 소장자의 생전의 관심사와 활동 영역에 따라 다양한 분야의 품목들을 한꺼번에 위탁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평소 그를 사랑했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흥행이 보장되며, 흥행은 곧 성공적인 경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경매 회사들로서는 욕심을 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브 생 로랑이나 데이비드 락펠러 컬렉션의 경우처럼 높은 수준의 미술품 컬렉션이 주를 이룬다면 그 컬렉션은 경매 회사에게는 절대 놓칠 수 없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그래서 경매회사들은 이러한 컬렉션을 경매로 유치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하고 있다.



소장품 경매는 어떻게 진행될까. 경매 회사는 구체적인 협의의 단계에 들어가면 각각의 품목 및 전체적인 규모에 대한 추정 가격, 그리고 행사의 진행 전반에 대한 조건과 전략을 제시한다. 그러면 소장자 측은 이러한 전반적인 사안들은 조율하며 진행할 경매 회사를 선택하고 선택된 회사는 경매를 진행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구체적 과정에 앞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은 소장자 측과 경매 회사 간의 신뢰 관계다. 모든 중요한 거래가 사실 다 그렇지만 특히 중요한 소장품 전체에 대한 협의는 절대로 하루아침에 그냥 이루어질 수 없는 만큼, 오랜 시간을 통해 쌓인 긴 인연이나 깊은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협의의 단계에 들어갈 수 있다.

지난해 장 미셸 바스키아의 최고가 기록을 다시 쓰면서 젊은 40대 기업가이자 억만장자인 유사쿠 마에자와에게 팔려 화제가 된 작품 1982년작 ‘무제’도 그렇다. 당시 위탁자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사실 1990년대에 가장 영향력 있는 미술품 소장가 중 하나였던 스피겔 부부의 컬렉션이었다. 부동산 개발업계의 거물이었던 스피겔과 그의 아내는 1980년대부터 적극적으로 미술품을 구입하기 시작했고 후에는 뉴욕 현대미술관(MoMA) 이사로 폭넓은 예술 지원 활동도 했다. 주요 소장품은 제프 쿤스, 장 미셸 바스키아, 앤디 워홀과 신디 셔먼, 그리고 안젤름 키퍼, 시그마르 폴케 등 주로 미국과 독일 현대미술 분야 대표 작가들의 초기 작품들이었다.

2009년 부부가 사망한 후, 서로 왕래가 없다고 알려진 두 딸이 2016년에 부모의 컬렉션을 당시 가치 평가액 기준으로 반씩 나눠 가졌다. 그리고 지난해 5월 뉴욕의 경매 시즌에 그녀들의 소장품이 각각 크리스티와 소더비를 통해 나왔다. 언니가 소장품의 대부분인 100여 점을 에밀리와 제리 스피겔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추정가 1억 달러 선에 크리스티에 출품했다. 동생은 바스키아의 작품 한 점을 소장자 정보를 별도로 밝히지 않고 소더비를 통해서 출품했다. 이 작품의 추정가는 6,000만 달러 선이었다. 유치 과정 중에서 경매 회사들이 공을 들인 것은 외형상 당연히 컬렉션 100여 점 쪽이지만 중간에 소더비의 담당 직원이 회사를 옮기면서 결국 컬렉션은 크리스티로 넘어갔다. 그리고 결과는 어땠을까. 크리스티의 낙찰 총액은 1억 1,600만 달러를 기록했고 소더비의 바스키아는 많은 사람들의 예상 낙찰가였던 6,000만 달러를 훌쩍 넘겨 1억 1,050만 달러에 팔렸다. 바스키아의 이전 최고 거래가가 5,730만 달러였으나 막상 경매가 시작되자 치열한 경합이 벌어져 결국 또 하나의 기록을 만들어냈다.

작품의 가격은 팔리는 순간에 결정된다. 최대한 미리 예측 가능하게 하고자 경매 회사들은 경매에 앞서 다양한 정보와 각종 분석 등 모든 가능한 방법들을 동원하지만 실제로 경매에서는 많은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여기에 소장자의 프리미엄이 더해진 소장품 경매는 또 다른 변수가 하나 더 있는 셈이다. 그러니 경매에서 마지막에 경매사의 경매 봉이 내려가는 바로 그 순간까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경매의 묘미다.
/서울옥션(063170) 국제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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