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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수익성 없다' 결론났는데…근거도 없이 평가 뒤집어

■비강남 경전철 재정사업화...제2 의정부 되나

시간·재원부담 큰 경전철 도입

주민·전문가 의견수렴과정 필요

"대체교통수단 검토 우선" 지적도

선심성 사업으로 전락 우려도

의정부경전철이 개통 5년을 채우지 못하고 파산한 지난해 5월 의정부시청역 역사로 전철이 들어오고 있다. 지난 2012년 7월 개통한 의정부경전철은 수도권 첫 경전철로 기대를 모았지만 해마다 영업손실이 쌓여 파산 당시 누적 적자가 3,676억원에 달했다. /서울경제DB




서울시가 비강남권 경전철 4개 노선을 재정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자 수익성 부족으로 적자 운영이 불가피해 보이는 경전철에 막대한 세금을 투입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재정을 투입하는 4개 경전철 노선은 5년 전 서울시의 자체 분석에서 투입비용 대비 수입이 크게 떨어진다고 밝힌 곳들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들 노선의 수익성이 개선됐는지에 대한 뚜렷한 설명이나 근거도 없이 일단 막대한 재정부터 쏟아붓겠다고 나섰다.

서울시는 지난 19일 면목선, 우이신설 연장선, 목동선, 난곡선 등 4개 도시철도(경전철)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박원순 시장 임기인 오는 2022년 이내에 착공하겠다고 밝혔다.

면목선은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에서 경춘선 신내역까지 총연장 9.1㎞ 구간을 잇고 우이신설 연장선은 지난해 개통한 우이신설경전철(신설동역~북한산우이역) 노선을 1호선 방학역까지 3.5㎞ 연장하는 것이다. 목동선은 강서구 화곡로사거리부터 지하철 2·9호선 당산역까지 10.8㎞ 구간을, 난곡선은 보라매공원과 관악구 난향동의 4.1㎞ 구간을 연결한다.

이 사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수익성과 경제성 때문이다.



서울시가 2013년 용역을 의뢰해 작성한 ‘서울시 도시철도 기본계획 종합발전방안에 대한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4개 노선의 재무적수익성지수(PI)는 1을 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PI가 1보다 작으면 재무적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 보고서의 재무적 수익률을 보면 1원을 투자할 경우 면목선은 66전, 우이신설 연장선은 59전, 목동선은 70전, 난곡선은 76전을 각각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경제적 타당성 분석 결과 공사기간 5년에 운영기간 40년을 기준으로 10개 노선의 수익성(B/C)은 1을 간신히 넘었다.

서울시는 애초 민자사업자와 함께 이 사업을 추진하려 했지만 이 같은 수익성 문제로 나서는 사업자가 없어 중단됐고 결국 서울시가 국·시비 100%로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에도 서울시가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과 교통은 수익보다 복지 측면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적 효과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경전철이 생기면 일단 역 주변에 거주인구와 유동인구가 늘고 그 지역이 상업적으로도 발전하게 된다”며 “경전철 건설을 추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런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경전철을 운영하면서 수익을 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은데 교통은 수익보다 복지 측면으로 접근하는 게 타당하다”며 “기대했던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시민 편의를 위해 교통취약 지역에 교통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서울시는 경제적 효과가 있다는 판단 아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할 용역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4개 노선의 경전철은 모두 재정사업이기 때문에 완공 후 운영도 서울시에서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 경전철을 운영할 민간사업자를 찾기 어려운데다 서울시가 재정사업으로 추진한 만큼 운영도 책임지겠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전철 완공 이후 운영은 서울시지하철을 운영하는 산하기관인 서울교통공사가 맡는 방안이 유력하다”며 “현재로서는 민간 위탁운영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급하게 추진하는 경전철에 대해 전문가들은 신중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시계획)는 “경전철은 경제성이 없는 경우가 많아 용인·의정부경전철 등 적자에 시달리며 실패한 사례가 적지 않다”면서 “시간과 재원 부담이 큰 경전철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금 하드웨어적인 교통체계를 새로 만드는 것보다 교통신호 체계나 대체교통수단 등에 대한 검토가 우선인데 아무런 검증이 없다”면서 “전반적인 교통 시스템에 대해 주민과 전문가가 함께 심도 있는 토론을 한 뒤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김시곤 서울과기대 철도전문대학원 교수는 “4개 노선 건설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모두 재정사업으로 한다면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가 문제”라며 “재원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 사업이 표류할 수 있고 선심성 사업으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서울 소재 공기업에 근무하는 정모(30)씨는 “수익성이 보장된다고 했던 경전철 사업도 막상 결과를 보면 수익성이 떨어지는 바람에 국민 세금이 투입돼 지방자치단체의 애물단지가 됐다”며 “강북권 경전철은 수익성이 떨어져 민간사업자도 손을 안 대는 것으로 아는데 대체 세금이 얼마나 들어갈지 염려된다”고 지적했다.

청량리역 인근에 거주하는 직장인 최모(38)씨는 “집 주변에 경전철이 생긴다고 하니 교통이 편해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고 말했다. /김정욱·최성욱·서종갑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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