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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 中 부채 36조弗...글로벌 경제 덮치는 '회색 코뿔소' 그림자

<9> 중국 흔들리면 세계가 휘청

짓눌린 성장에 무리한 경기부양책...신흥국 전체 부채 27조弗보다 많아

상반기 채권 디폴트도 248억위안...중국판 '잃어버린 20년' 우려 커져

中 성장률 1%P↓땐 韓도 0.5%P↓ "위기 전염 막을 실질대책 마련을"





# 지난 6일 오전 중국 정부청사 밀집지역인 중난하이 서부에 자리 잡은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에는 그림자금융으로 불리는 온라인 개인 간(P2P) 대출업체에 투자금을 뜯긴 피해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른바 ‘상팡(上訪)’이라는 집단행동을 통해 당국에 구제를 요청하기 위해 중국 전역에서 몰려든 이들이다. 당초 8,000명 이상으로 예상됐던 시위대 규모는 공안의 단속으로 수백명에 그쳤고 그나마 140여대의 공안버스에 둘러싸여 구호 한 번 외치지 못한 채 헤이라오(黑牢)라고 불리는 구치소로 강제호송됐다. 하지만 P2P 대출업체 부실화가 중국 사회에서 이례적인 집단행동으로까지 이어지는 심각한 경제·사회문제로 대두하면서 중앙정부는 P2P 대출업체 신설을 금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대책을 발표했다.

# P2P 투자자들의 집단시위 소동이 벌어졌던 은보감회 건물에서 그리 멀지 않은 베이징 중심부 금융가. 대형 증권사와 주요 은행들이 몰려 있는 시청취(西城區)의 금융타운 진룽제(金融街)에서 만난 왕위에(51)씨는 최근의 증시 폭락 사태에 한숨을 감추지 못했다. 2015년 주식시장에 발을 들인 그는 당시 폭락장에서 손절매도 하지 못한 채 원금의 절반 이상을 날렸다. 3년이 지나 올해 초 투자원금의 70%까지 회복됐던 주식은 다시 50% 밑으로 곤두박질친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 강경 압박공세에 상하이종합지수는 연초 고점 대비 25%가량 폭락했다.

왕씨와 같은 이른바 중국 민초 라오바이셴(老百姓)들에게 최근의 금융시장 불안은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성장률 동력이 꺼져가는 중국 경제에 미국과의 무역전쟁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더해지면서 중국에서 과거 일본과 같은 ‘잃어버린 20년’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가장 심각한 불안감은 그림자금융과 기업부채, 부동산 거품이라는 이른바 3대 회색 코뿔소(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다. 회색 코뿔소의 징조는 하루 이틀 된 문제가 아니지만 최근 중국 시장에 한층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차이신 등 중국 경제매체 등에 따르면 P2P 대출업 등으로 불리는 그림자금융은 중국 전역에 투자자가 5,000만명에 달하고 1인당 평균 투자액이 2만2,788위안에 이른다. 2015년 3,476곳이었던 P2P 업체들은 최근 금융시장 악화에 당국의 단속까지 겹쳐 1,800곳으로 줄었다. 미중 무역전쟁과 증시 폭락 여파로 올해 6월 이후에만 243개의 P2P 대출업체가 파산했다. 무디스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29.6%였던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그림자금융 자산 비중은 지난해 말 79%에 달했고 올 상반기 말 73%를 기록하고 있다.



시진핑 정부가 집권 1기부터 역점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기업부채 문제도 갈수록 악화되는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 중국 채권 디폴트(채무불이행) 발생 건수와 규모는 각각 24건과 248억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49%가량 늘었다. 최근에는 산시성 신장위구르자치구 소재 국영기업 신장생산건설병단(XPCC)의 산하기관인 제6지부가 만기였던 9개월짜리 채권의 원리금 5억위안(약 825억원)을 상환하지 못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채권시장에서 투매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중국 군조직이 운영하는 기업이 사실상 디폴트 상태라는 사실이 그만큼 큰 충격으로 다가온 것이다. 지난 20일에는 중국 최대 민영 에너지기업 화신에너지공사(CEFC)의 자회사인 상하이화신국제도 21억위안 규모의 채권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당국은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둔화를 우려해 지방정부와 은행에 부채와 대출 확대를 지시하고 있지만, 무리한 경기 부양책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와 중국 경제에 부채 폭탄을 터뜨릴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는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중국 부채 규모가 지난해 말 기준 36조달러로 27조달러에 머문 신흥시장(중국 제외) 전체 부채 규모를 처음 웃돌았다며 중국의 고질적인 부채 문제가 신흥시장은 물론 글로벌 경제의 약한 고리를 통해 터져 나와 전 세계로 확산될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 경우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직격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 경제에서 불거지는 위기는 곧바로 한국으로 전염될 것이라며 중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1.6%포인트 하락하고 경제성장률도 0.5%포인트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4.4%까지 추락해 회색 코뿔소 경고가 현실화할 경우 한국 경제성장률은 1.2%포인트까지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서울경제신문 특별취재단에 동참한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체질을 고려하면 중국이 경제위기에 직면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의 경제위기가 한국 경제에 전염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이며 현실적인 전략을 마련할 때”라고 조언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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