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을 뜨겁게 달군 폭염이 전국적으로 이어지는 호우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폭염으로 대기 중 수증기 함량이 높은 상황에서 북쪽에서 찬 고기압이 내려오자 ‘물폭탄’이 쏟아진 것이다.
윤익상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북쪽 찬 공기가 내려오는 시점에 올 여름 위세를 떨친 북태평양 고기압의 수축 시간이 지연돼 정체전선이 생겼다”며 “만들어진 강수대 역시 거의 움직임이 없어 집중 호우가 쏟아졌다”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8월 말이면 남하해야 할 북태평양 고기압이 높은 해수면 온도로 여전히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며 북쪽 찬 공기와 한남 정체전선을 형성해 일부 지역에 비를 쏟아 붓는 것이다.
이에 더해 한반도 주변의 높은 해수면 온도로 인해 대기 중 수증기 함량이 높아지며 강수량 역시 많아진 것으로 추정됐다. 윤기한 기상청 사무관은 “평년보다 대기에 유입된 수증기가 많아지다 보니 약간의 강수 요인만 생겨도 폭우가 쏟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 강수대는 26일부터 남부지역에 비를 붓기 시작해 차츰 북상하며 광주, 대전, 서울 등지에 기록적 강수를 쏟아냈다. 기상청에 따르면 28일부터 29일 오전 9시까지 강수량은 서울 도봉 187.0㎜, 강북 182.5㎜, 은평 172.5㎜, 성북 140.0㎜, 노원 124.5㎜를 기록했다. 대전 역시 27일부터 28일 오후6시까지 144㎜ 비가 내렸다. 같은 기간 강원도는 철원(동송) 346.5㎜, 인제(서화) 250.5㎜, 양구(방산) 206.0㎜, 경기도는 포천(영북) 298.0㎜, 연천(왕징) 278.5㎜, 동두천(하봉암) 209.5㎜ 등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수도권에 내린 기록적 폭우를 보고 기상청 관계자는 “당황스러움을 넘어 입이 딱 벌어질 정도다. 상상하지 못한 현상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청 중기 예보에 따르면 토요일인 다음 달 1일까지 전국 곳곳에 비가 올 전망이다. 현재 서울, 인천 등에는 예비 호우특보가 발효된 상태로 이날 오후 호우특보가 발효될 전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쪽 찬공기 뿐 아니라 북태평양 고기압 수축 정도가 관건인데 오늘 밤부터 새벽 사이에 정체구간이 있을 전망”이라며 “강수대가 서울 등 중부지역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30일 오전까지 서울, 경기와 강원 영서를 중심으로 시간당 40㎜ 이상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리고 돌풍이 불며 천둥·번개가 치는 곳이 있겠다”고 내다봤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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