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재정안정 위해선 성장·고용 개선부터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 반대

● 보험료 올려야 재정파탄 막는다는 주장은 과장

● 실물경제보다 연기금 커지면 금융시장 부작용도

● 노후보장 기능 강화·제도 신뢰회복 조치부터

국민연금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 20년간 유지돼온 보험료 인상 여부를 두고 찬반양론이 거세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에 출석해 “국민들이 동의한다면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금보험료는 현재 소득의 9%이며 직장인은 절반을 회사에서 부담하고 있다.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17일 기금 고갈 시기가 오는 2060년에서 2057년으로 당겨지며 향후 70년 동안 기금 고갈을 막으려면 보험료를 우선 2~4.5%포인트 올릴 것을 제안했다. 보험료 인상의 불가피성에도 부담을 가장 오래 져야 하는 2030세대들은 줄곧 연금만 내다가 결국 수령은 못 할 것이라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민연금 폐지론’까지 등장했다. 인상 찬성 측은 빠르게 인구구조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미래 세대 간 갈등을 줄이기 위해 보험료 인상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당장 기금재정이 위기에 처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험료 인상보다 성장·고용·분배의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최근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에서 내놓은 개편 방안은 모두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을 제안했다. 그렇다면 정말 2018년 지금 국민연금제도 개혁의 핵심은 보험료 인상이 돼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국민연금제도 개혁의 핵심은 보험료 인상이 아니라 노후보장 기능 강화와 제도에 대한 사회적 신뢰 회복이 돼야 한다. 또 국민연금재정 안정을 위해서는 보험료 인상보다 연금제도의 기반인 성장·고용·분배의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먼저 국민연금 보험료를 빠르게 올리자는 주장의 근거인 국민연금 재정 문제를 살펴보자. 정말 국민연금 재정은 위기에 처해 있나. 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판단된다. 현재 국민연금기금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규모로는 세계 1위다. 즉 경제 규모에 비해 연금지급을 위해 쌓아놓은 돈이 세계에서 가장 많다. 오는 2057년 연기금 고갈 예측은 지금부터 40년 동안 보험료 인상 등 아무런 재정 안정화 노력을 하지 않았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향후 점진적인 보험료 인상을 포함한 다양한 방식의 국민연금 재정 문제 대응이 이뤄진다고 보면 이 같은 수치는 비현실적이다. 물론 수급자가 크게 증가하는 시기 이전에 보험료 인상이 다소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하루라도 빨리 보험료를 인상해야 재정 파탄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은 과장이다.

더욱이 공적연금은 전적으로 연금기금에만 기대 운영되는 제도가 아니다. 전 국민 대상의 공적연금이 40년을 앞서 연기금을 더 쌓아 재정 문제에 대응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유럽의 공적연금기금 대부분은 5년 미만의 급여지급분만 보유하고 있다. 미국 공적연금의 기금 소진은 2035년께로 예상된다. 공적연금제도의 안정성에 더욱 중요한 것은 연기금의 규모보다 노후소득보장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경제 규모와 제도의 의의에 대한 사회적 합의다.



오히려 보험료를 빨리 올려 연기금 덩치 키우기로 연금재정 문제에 대응할 때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은 경제 규모 대비 국민연금기금의 비율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높은데 보험료율을 너무 빨리 올리면 실물경제 투자 대비 금융시장에서 돌아다니는 연기금의 규모는 천문학적으로 커진다. 여기에 고용률과 성장률 하락, 계속되는 연금급여 하락까지 더해지면 부작용은 더 크다. 또 선제적인 보험료 인상과 기금 적립으로 수십 년 후 급여지급에 대응하는 것은 인플레이션에 매우 취약하다.

그리고 현세대가 빨리 보험료를 미리 더 내 미래세대의 공적연금 비용 부담을 줄여놓아야 한다는 주장을 보자. 국민연금기금 소진 시점의 미래세대 보험료율이 30%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40년 동안 아무런 재정 안정화 노력을 하지 않았을 때 그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적연금제도는 세대 간 부양 논리에 기반한다. 앞세대가 미래세대를 교육하고 경제기반에 투자하며 후세대가 그 기반 위에서 앞세대를 부양하는 것이다. 각자의 노후를 알아서 책임지는 사연금과는 구조가 다르다.

2050년께 인구의 40%에 달하는 노인에 대한 총 노후소득보장 비용은 GDP의 10% 수준이다. 이미 오래전 여러 나라는 노후소득보장에 이 이상을 투입해왔다. 한국 사회가 미래에 감당해야 할 노후소득보장 부담이 최소 이 정도임을 받아들이고 후세대가 이를 감당할 수 있도록 경제사회 구조를 개선해내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다. 오히려 지금 보험료를 올리고 미래세대의 부담이 가벼워졌다고 말하는 것이 더 비현실적이다. 국민연금 재정 안정은 보험료만의 문제가 아니라 성장·분배·고용에 의해 뒷받침되는 것이다. 이에 출산율, 경제활동 참여율 제고,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소득증가 전략 등에 대한 장기적인 대안 패키지가 필요하다. 일례로 노동소득과 자영업자들의 사업소득의 증가 없이 이들이 내는 보험료만으로 미래 노후소득보장을 책임지라는 것은 억지에 가깝다. 경제 성장과 분배 개선 없는 보험료 인상은 오히려 미래세대의 짐을 무겁게 만든다. 또 보험료 인상 시 재정부담 배분에 대한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 일례로 저소득층의 보험료 부담을 그대로 놔둘 수는 없다.

국민연금제도의 지속을 위해서는 낮은 수급률과 너무 적은 급여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국민연금제도의 보장을 강화해 연금제도의 안정성과 동의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국가의 연금지급보장도 국민의 신뢰를 높일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노후소득보장 기능이다. 보험료 인상은 이를 전제로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