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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통해 세상읽기] 知是行之始, 行是知之成(지시행지시, 행시지지성)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아는 것은 행하는 것의 시작이고

행하는 것은 아는 것의 완성





사람은 지금 자신이 완전하고 충분하다고 생각하기보다 불완전하고 불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사람은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채우려고 하는 욕망을 갖는다. 욕망과 관련한 역설이 있다. 사람이 자신이 원해서 무엇을 하고자 하지만 실제로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가 있다. 사람은 누가 시키지 않고 오로지 자신이 하고자 하지만 중도에 그만두고 또 괴로워한다. 그 결과 자신에게 실망하기도 하고 자신이 이루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외부로 원인을 돌리기도 한다. 예컨대 연초 한 해의 계획을 세우며 건강을 위해 운동하기로 계획을 세운다. 전과 달리 몸이 무겁고 불었다고 생각해 스스로 그렇게 결심하는 것이다. 이에 헬스클럽을 찾게 되지만 그 결심이 한 해 내내 생활화되기는 쉽지 않다. 한두 차례 빠지다 보면 가고 싶은 마음이 약해지고 또 이런저런 사정이 생겨나다 보면 운동 다니기가 쉽지 않게 된다. 이로 인해 한 해 운동을 해야겠다는 굳은 결심은 어느새 흐물흐물 녹아내리게 된다.

이와 관련해 동양철학에서는 지행(知行)의 문제를 중심으로 해결책을 탐구했다.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이 일치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하면 둘이 일치할 수 있을까 논의를 해왔다. 왕양명은 사람이 “나쁜 냄새를 맡으면 금방 이를 피하려고 하고 예쁜 사람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바라보게 된다(여오악취·如惡惡臭, 여호호색·如好好色)”는 ‘대학’의 내용에 주목했다. 악취를 맡는 것이 아는 것이고 그 악취를 피하는 것이 행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사람은 악취를 알게 되면 그에 상응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 예쁜 사람을 자신도 모르게 한 번 더 쳐다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즉 여기에서 사람은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이 일치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왕양명은 아는 것과 행하는 것 사이의 일치를 주장하는 유명한 명제를 내놓았다. “아는 것은 행하는 것의 시작이고 행하는 것은 아는 것의 완성이다(지시행지시·知是行之始, 행시지지성·行是知之成).”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이 별개가 아니라 하나로 연결돼 합일되는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왕양명이 지행합일을 주장하자 당시 제자들만이 아니라 숱한 사람들이 반론을 제기했다. 사람들이 아는 것을 실행하라고 권고하는 측면에서는 ‘지시행지시(知是行之始) 행시지지성(行是知之成)’의 주장이 적절하지만 지행이 항상 일치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악취를 맡고 피하는 경우처럼 지행합일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기도 하지만 거짓말을 하지 말자는 윤리적 요구처럼 지행합일을 지키기 어려운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지행합일은 그렇게 되기를 요구할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반쯤만 가능하다는 말이다. 반만 가능한 이야기를 모두에게 그렇게 되기를 요구하면 지킬 수 없는 것을 지키라는 말이 된다. 앞에서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자고 해놓고 중도에 그만두는 것도 지행합일이 가능하지 않다는 실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왕양명도 지행합일을 비판하는 반론에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다. 사람이 무엇을 안다고 해놓고 그대로 실천하지 않으면 제대로 아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지금 어떤 사람이 당장 운동을 하지 않으면 심각한 질환이 생긴다고 가정해보자. 질환이 우려되는 사람의 경우는 앞서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한번 해볼까 생각하는 사람의 경우와 다르다. 질환이 우려되는 사람은 단순히 ‘운동을 해볼까’가 아니라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유지하려면 운동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렇게 보면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볼까 하는 사람은 제대로 완전히 아는 진지(眞知)가 아니라 자신이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건강과 운동 사이의 연관성을 부분이 아니라 전체로 만나게 되면 운동하지 않는 나는 불가능해지고 그 경우 운동을 중도에 그만둘 수 없게 된다. 우리는 지행합일에 대해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선뜻 동조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이렇게 주저하는 상황에서는 그냥 한번 해보면 좋겠다는 단순한 바람을 넘어 내가 어떤 욕망을 왜 추구하려고 하는지, 욕망을 실현하면 무엇이 좋아지는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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