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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 ‘상류사회’ 박해일, “정치신인의 욕망, 처음부터 끝까지 느껴보고 싶었다”

욕망 덩어리 ‘장태준’의 심리에 들어가보고 싶은 마음 커

평범한 중산층 부부의 욕망을 돌아보게 하는 영화

해맑은 꼴똥이요? “보는 시선에 따라 달라”

“경쟁 즐기지 않지만, 과거의 나보다 ‘반보’ 앞서가고 싶어”

배우 박해일이 촉망 받는 정치 신인이자, 욕망 덩어리인 ‘장태준’ 으로 돌아왔다. ‘남한산성’ 이후 1년 여만에 다시 스크린으로 돌아와 관객들을 마주한 박해일은 “야심가 장태준이 놓인 심리에 들어가보고 싶은 마음, 처음부터 끝까지 이 인물의 호흡을 느껴보고 싶었다”라고 작품 선택 이유를 밝혔다.

지난 21일 개봉한 ‘상류사회’(감독 변혁·제작 하이브 미디어코프)는 각자의 욕망으로 얼룩진 부부가 아름답고도 추악한 상류사회로 들어가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박해일이 분한 ‘장태준’은 서민경제 발전을 위해 힘쓰는 인간적인 모습과 상류사회로 진입하고자 하는 야심가 기질이 동시에 존재하는 인물이다.

‘상류사회’의 장태준이 내 뿜는 밀도와 속도감은 영화를 추진력 있게 끌고 간다. 신뢰받는 지식인에서, 우연한 기회에 국회의원이 되어 상류사회로 진입하고자 하는 야망을 품게 되는 인물의 선택 지점들이 박해일의 섬세한 연기와 함께 표현되며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사진=양문숙 기자




무엇보다 그는 “이런 환경과 이런 공간에 놓인 인물의 이야기를 연기한 적이 없던 것 같아 낯설고 신선하게 다가왔다”고 털어놨다.

“나에게 새로운 도전이었어요. 초반의 장태준은 교수지만 시민사회에 대한 열정을 가진, 시민운동가의 기질을 보이는 인물입니다. 이 인물이 특정 사건들과 만나며 급격히 변하는 지점들이 있어요. 이후 정치계 입문 제안을 받으며 유혹과 욕망 카드를 내밀게 되죠. 장태준이 욕망을 보이며 쭉 달려가는 느낌이 좋았어요. 관객이 볼 때 태준이 ‘이 인물’이었다가 ‘저 인물’로 가는 것이 재밌게 느껴지길 바라는 마음이 컸죠. 일차원적으로 가기보단 ‘저 인물도 나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인간이구나’라는 마음이 들도록 보여주고 싶었어요.”

‘박해일이 장태준을 해보면 어떨지’ 호기심에서 출발한 영화는 수애와 특별한 부부호흡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배우 박해일의 눈에 들어온 장태준 오수연 부부 침실의 ‘트윈베드’는 연기적인 영감을 떠오르게 한 부분이기도 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보다 촬영하면서 이 부부가 더 독특하다고 몸소 느꼈었어요. 영화 속 부부의 침실에 트윈 베드가 전부라 정말 특이하다 생각했다. 트윈 베드를 쓴다는 건 현장에 가서 알게 된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배우에게 정말 중요한 부분이었어요. 각각 교수와 미술관 큐레이터, 이렇게 전문직이다 보니 목표를 향해서 동지처럼 나아가는 느낌을 받았고 아주 독특한 관계의 모습이었다. 어떻게 보면 친구처럼, 동료처럼 ‘오수연’을 대하게 됐어요.”

“장태준이란 인물을 보여주면서, ‘구멍, 허점이 있는 조금 더 털털한 인간미를 보여주면 어떨까’ 생각하기도 했어요. 팩을 하거나 노래를 하는 등, 아내 오수연과 같이 있는 집에서의 모습, 둘만 있을 때 보여주는 허당기, 지질함이 있죠. 그러다 자신의 욕망을 분출하는 곳에선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줘요. 장태준이라는 인물의 변화 흐름을 다채롭게 보여주고자 했어요. ”

박해일은 “‘장태준’에 대해 “교직에 있던 순수한 사람이었다가 유혹과 욕망 때문에 변해가는 지점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전에 연기했던 캐릭터들과는 상반된 느낌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박해일은 “‘상류사회’에서 두 부부가 욕망을 향해 달려가고 그 욕망에 책임을 지는 결말이 좋았다. ”고 말했다.




오늘날 ‘재벌’, ‘금수저’, ‘갑질’ 등의 단어로 설명되는 대한민국 상류층의 모습은 뉴스 보도를 통해 끊임없이 알려지고 있다. 영화 ‘상류사회’ 역시 상류층의 기만과 위선을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욕망’을 향해 달려가는 한 부부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이 전의 영화들과 궤를 달리한다.

“ ‘왜 또 상류층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만들었냐’ 묻는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상류층의 삶을 중심에 놓고, 영화적으로 잘 보여주는 경우는 꽤 있었지만 그들을 향해 달려가는 한 부부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이야긴 드물었다고 생각해요. 사실 욕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인데, 일상적으로는 그 단어를 잘 쓰지 않아요. ‘목표’나 ‘야심’ ‘야망’ 정도로 표현하지 않나. 개개인별로 자신이 생각하는 정상의 위치를 향한 욕망의 카드를 내밀어요. 상류층의 위선을 고발하기 보단, 평범한 중산층의 욕망을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야심’으로 똘똘 뭉친 욕망덩어리를 연기한 배우 박해일. 실제 인간 박해일은 “남과의 경쟁보단, 내 자신에게 뒤쳐지는 걸 못 참는 성격이다”고 했다.

“대체로 1등이 되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에요. 사람마다 다르다는 조건을 전제하고 말하는 것인데, 1등만의 고독감과 뒤쫓아오는 2등의 존재에 대한 불안감이 있잖아요. 물론 1등이 되기 힘들지만, 2등이 되는 것도 힘들다고 봐요. 경쟁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내 자신이 뒤쳐지는건 못 참아요. ‘반 보’라도 앞서가고 싶어요. 거창하게 말하면 좌우명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렇게 작품을 대하고 싶어요.비교나 경쟁보다는 동기를 받으면 행동하게 되죠. 기회를 잡았을 때 정말 능동적으로 이것을 잘 즐기면서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영화 속에서 장태준은 검사(장소연)로부터 ‘꼴통’으로 불린다. 배우 박해일의 엉뚱한 기질과 만나 묘한 시너지를 발산한다. 이에 대해 그는 선배 배우 설경구와의 일화를 꺼내놓았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주변에서 그런 표현을 하시던걸요. 설경구 선배랑 영화 ‘나의 독재자’를 할 때 ‘후배 박해일은 ’해맑은 꼴통‘’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어요. 장태준이란 인물이 꼴통이냐고 물어보신다면, ‘상류사회’속 다양한 욕망 인물들을 떠올리면 태준은 오히려 덜 ‘꼴통’ 같기도 해요. 그러다가도 중간 중간 태준이 마냥 욕망의 세계로 달려들지 않고 한 마디씩 하는 장면을 보면 ‘꼴통’ 같기도 하고. 보는 시선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오랜 시간 연기를 해온 그이지만, 여전히 연기 고민이나 슬럼프가 찾아온다고 한다. 그의 표현을 빌리는 “연기 고민은 실시간으로 한다”고.

“매 테이크 때마다 고민하고, 준비할 때부터 연기 고민을 해요. 슬럼프도 매 순간 찾아오죠. ‘극복하느냐, 포기하느냐’의 문제 같아요. 저는 그냥 웬만하면 내버려두고, 알아서 새어나가도록 둬요. 물론 주어진 시간에 무조건 해내야 하는 경우엔 슬럼프가 독약으로 느껴지긴 해요. 그냥 해내야 하는 것. 그게 프로의 숙명이겠죠. 그럴 때가 제일 힘들고, 그런 경우가 매번 있어요. 이번 영화를 작업하면서도 있었구요. 모든 배우들이 비슷하게 찾아오지만 내색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박해일은 기질적으로 활발한 성격은 아니지만, 적극적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취재진을 대하는 모습과 이전보다 훨씬 편해졌다. 스스로도 “인터뷰에 임할 때 여유가 조금 생긴 것 같다”고 자평했다.

“지금 이 인터뷰도 마찬가지예요. 낯도 많이 가리지만 내적으로 많이 불안한 편이에요. 좀 더 유연해지려 노력하는거죠. 제가 열심히 한 작품을 만들어서 기자분들을 만나서 이야기하고, 관객을 만나는 일이 중요한 일이에요. 사실은 쉽지 않아요. 결국 한 작품의 호흡을 마치고 영화를 알리는 꼭 필요한 작업이다고 생각해요. 물론 연차가 쌓이며 노하우도 생기지만 잃어가는 것도 생기지 않나 싶다. 다시 그 떨림을 만들어내라고 한다면 불가능하거든요. 배우에게 노련함 보다 중요한 건, ‘어린 아이처럼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세요. 저 역시 그게 정말 어렵고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자신보다 후퇴하지 않는 것’을 늘 스스로에게 주문한다는 배우 박해일. 그가 가진 가장 큰 욕망은 “기사가 잘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다”고 솔직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 배우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만나게 되는 캐릭터나 깊이가 달라져요. 그렇게 매년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영화로 관객을 만나는 것이 저의 가장 큰 욕망이고, 현재는 기사가 잘 나오길 바라는 욕망이 있어요. 기사를 보시고, 저란 사람을 궁금하시는 게 아닌 작품이 궁금했으면 해요. 그 기사를 통해 많은 관객분들이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해요. 개인적인 욕심 혹은 욕망은 계속 작품을 하는 거죠. 연기를 할 수 있는 나이 때까지 내가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을 만나서 계속 관객들을 만나고 싶어요.”

한편, 그의 차기작은 2019년 새로운 웰메이드 사극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는 영화 ‘나랏말싸미’다. 박해일은 세종과 함께 훈민정음을 창제했으나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조선의 승려 신미 스님을 연기한다. 송강호가 세상의 지식을 백성들과 나누기 위해 훈민정음 창제에 모든 것을 건 세종대왕 역으로 분한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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