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지구적인 실크로드 연구를 통해 인류 문명 교류의 증거를 찾았던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이 이번에는 아프리카 답사기 ‘문명의 요람 아프리카를 가다 1·2(창비)’를 펴냈다.
정수일은 1955년 국비유학생의 신분으로 처음 아프리카를 밟은 이래 총 28년의 ‘종횡 세계일주’의 ‘마침’이자 ‘시작’을 다짐하는 장소로 아프리카를 선택했다. 외교 사절로서 아프리카 현대사의 중요한 이정표를 현장에서 직접 만나고, 문명교류학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오랫동안 아프리카를 관찰해온 그이기에 이번 답사지의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오는 이유다. 책에서는 아프리카가 세계문명기행의 장소임과 동시에 오래전 추억이 고스란히 간직된 ‘청춘의 땅’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인류 원시의 야생’을 경험할 수 있는 대륙으로만 알고 있던 아프리카가 정수일의 이야기 속에서 아프리카 본래의 빛깔을 찾아 때로는 장엄하고 때로는 구슬프게 펼쳐진다. 또 책에는 지금까지 우리가 접하지 못했던 아프리카 고대문명사부터 열강의 식민지를 벗어나기 위한 아프리카인의 투쟁사까지 담겨 있다. 특히 정수일이 만났던 아프리카의 지도자들에 대한 이야기, 젊은 시절 밟은 아프리카와 지금 다시 아프리카를 찾으며 느낀 소회는 한 편의 휴먼 드라마로 다가오기도 한다.
정수일은 최근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아프리카에서 자행된 수백 년 간의 부조리를 파헤치고자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학을 하면서 아프리카 해방 투쟁 1세대와 많이 접촉했는데, 이들의 주된 관심사가 아프리카의 미래였다. 아프리카에서 추진한 사회주의의 허와 실을 분석하는 것도 저술 목적이었다. 자본주의와 함께 양대 이데올로기라고 할 수 있는 사회주의가 제3세계에서 가진 의미와 보편성을 학술적으로 연구하고자 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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